일본, 중국, 브라질 등 각국 정부가 자국통화의 급격한 절상을 막기 위한 직접 행동에 나섰다. 미국의 전방위적 달러 약세 정책으로 자국통화가치가 나날이 치솟는 것을 가만히 두고 보지 않겠다는 것. 환율전쟁은 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지만, 강대국이든 신흥국이든 모두 각개 약진하는 모습니다.
금리 더 낮춘 일본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은 5일 기준금리를 기존 0.1%에서 0~0.1%로 인하했다. 4년3개월 만에 ‘제로금리’ 시대로 복귀한 것. 이와 함께 국채와 회사채 등을 매입하는 ‘양적 완화’ 정책을 통해 5조엔의 유동성을 추가로 풀기로 결정했다.
이번 조치는 어떻게든 슈퍼엔고(高)를 조금이라도 막아보겠다는 뜻. 지난 달 2조엔에 달하는 초대형 시장개입을 단행했던 일본 은행은 이제 제로금리를 통해서라도 엔화가치를 낮추려 하고 있는 상황이다. 올 들어 일본 엔화는 달러화에 대해 10.2%나 절상됐으며, 이에 따라 디플레이션은 점점 더 심화하고 있는 상태다.
절상 거부한 중국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급격한 위안화 절상 의사가 없음을 재확인했다. 원 총리는 4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시작된 제8회 아셈(ASEM) 정상회의 개막 연설에서 “우리는 거시경제 정책 조율을 공고히 하고 주요 통화의 환율을 상대적으로 안정되게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중국은 미국 뿐 아니라 유럽쪽으로부터도 위안화 절상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 하지만 원자바오 총리의 이날 발언은 위안화의 급격한 절상에 정면으로 반대 의사를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세금 높인 브라질
브라질 정부도 이날 환율방어를 위해 금융거래세(IOF)의 세율을 인상하기로 했다. 기도 만테가 브라질 재무장관은 “미국 달러화의 지나친 유입을 막기 위해 투기성 단기자본 유입에 대해 부과하는 IOF 세율을 5일부터 현재의 2%에서 4%로 올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브라질은 지난해 금융위기 수습과정에서 국내 유입되는 단기자본에 대해 2%의 세금을 도입하는 파격조치를 취했는데, 최근 미국의 달러약세정책으로 헤알화 가치가 급등하자 세율을 2배 수준으로 높인 것이다. 만테가 장관은 “헤알화 가치의 과도한 절상을 막고 브라질 수출 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환율전쟁의 향방은
전문가들은 최악의 환율전쟁상태를 피하려면 일단 위안화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한국은행 이흥모 해외조사실장은 “모든 문제의 뿌리는 위안화로 집약된다”며 “미국의 달러 약세 정책으로 전세계 통화가치가 빠르게 오르는데 중국이 ‘버티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각국은 그보다 빠른 속도로 자국 통화가 절상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중국의 강경한 태도로 인해, 국제사회의 합의 모색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접점은 쉽게 찾기 힘들 전망이다.
이와 관련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 세계적인 환율 문제가 21일 경주에서 열리는 G20 재무장관ㆍ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원만히 합의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윤 장관은 이날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G20 의제 중에 프레임워크 세션에서 국가 간 환율 공방도 이뤄질 것”이라며 “경주 회의에서 이런 문제가 원만하게 합의될 것으로 보며, 이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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