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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웅진의 화려한 싱글은 없다] <34> 이게 다 결혼한 자식이 분가한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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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웅진의 화려한 싱글은 없다] <34> 이게 다 결혼한 자식이 분가한 탓이다

입력
2010.10.05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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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문화 변화가 부른 가정문제들

결혼할 때 1억원 드는 것은 예삿일입니다.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이야 호화 혼수다, 사치스럽다 하겠지요.

하지만 요즘 집 얻는 게 오죽 비쌉니까? 전세가가 매매가의 70~80% 이상이라니 말 다했지요. 옛날에는 결혼할 때 돈이 많이 안 들었습니다. 그때야 대가족 문화였으니 집을 얻을 필요가 없었지요. '나비효과'라고 들어 보셨는지요. 브라질에 있는 나비의 날갯짓이 미국 텍사스에 토네이도를 발생시킬 수도 있다는 이론이라고 합니다.

작은 변화가 큰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주거문화가 가족 중심에서 부부 중심으로 바뀐 것이 가정문제의 근본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결혼이 늦어지거나 아예 안 하는 것도 신혼집을 장만하느라 결혼비용이 크게 늘어난 것과 관련이 깊습니다.

또 분가해 살다 보면 생활비가 많이 드니까 맞벌이를 해야 하고, 어쩔 수 없이 자녀를 적게 혹은 늦게 낳는다거나 하는 가정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가장 심각한 것은 이전에 비해 부모의 영향력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는 점입니다. 예를 하나 들어볼까요? 막내인 남동생이 결혼을 했는데, 며느리가 시댁과 거리를 두고 형식적으로 대하더라는 겁니다.

그래도 그 부모는 좋은 게 좋은 것이려니 하고 참고 지냈는데 마침 지방에 사는 시아버지가 친지 결혼식 때문에 상경하게 됐다고 합니다. 다니러 온 김에 아들 내외 사는 것도 보고, 사람들도 만난다면서 아들 집에 며칠 묵었으면 했더니 며느리가 거절을 했다는군요. 겉으로야 집이 좁고 지저분하니 호텔로 모신다고 했다지만, 어떻게 포장을 한들 그 마음을 모르겠습니까? 그저 싫은 거지요. 분가를 하다 보니 부모에게 거리를 두게 됐습니다.

자식들이 부모를 잘 모시지 않는다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결혼 후 부부갈등이 생겨도 부모가 큰 역할을 할 수 없으니 이혼이 늘어나는 것이지요. 부부 문제는 물론 당사자끼리 해결해야 합니다. 그러나 부모를 모시고 살다 보면 자연스럽게 풀리는 경우도 있고, 가족이 스펀지가 돼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다 옛날얘기이지요. 결혼생활에서 가족이라는 보호막이 걷히고, 결혼세대 당사자가 모든 것을 결정하고 해결해야 하는 세상입니다.

부모와 함께 사느냐, 분가하느냐 하는 작은 차이가 결혼율 저하, 저출산, 이혼율 증가와 연결되는 것을 보면 나비 쯤으로는 한참 모자란 듯합니다. '왕나비 효과' 아니겠습니까?

결혼문제에 대해 현실적인 고민해야 할 때

분가는 거스를 수 없는 사회변화입니다. 이제는 비용 상승으로 인한 결혼율 감소 해결방안을 고민해야 합니다.

남의 결혼문제에 감 내라, 대추 내라 할 수는 없는 노릇이긴 합니다. 그래도 최소한 돈이 없어 결혼을 못하는 것은 사회가 막아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15년 전만 해도 한해 부부로 맺어지는 남녀가 38만쌍 정도 됐습니다. 현재는 32만~33만쌍이 결혼을 한다고 하니 그 사이 5만쌍이 줄어들었네요.

다는 아니지만, 사회변화로 인해 결혼에서 소외된 사람들이 이토록 많아진 셈입니다. 이 분야 전문가들도 많고, 정부 차원의 정책도 다양하지만 결혼 현장을 오래 지킨 사람으로서 저도 제안을 하나 할까 합니다. 기본적으로 돈이 문제이므로 정부가 신혼부부 전용 아파트를 운영해 무상 임대 식으로 돈이 없어 결혼 못하는 사람들이 일정기간 거주하게 하면 어떨까요. 살면서 의무적으로 적금을 들게 해 돈이 모이면 독립하게 하고, 다음에는 다른 부부들이 들어와 살도록 하는 식입니다.

재정이 문제이지만, 이렇게만 되면 국가가 결혼문제를 일정부분 확실하게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하나, 중고등학교 교과과목으로 가정학 또는 결혼학을 개설할 필요가 있습니다. 가치관이 형성될 나이에 가정의 소중함, 결혼의 의미, 남녀의 성역할 같은 것을 가르치면 결혼연령기에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까요. 결혼시즌이 되면 이래저래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 남녀본색

●분가가 대세인 세상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신혼부부들은 실제로 누구와 살고 있을까?

●결혼정보회사 부설 한국결혼문화연구소는 2009년에 결혼한 신혼부부 356쌍을 대상으로 신혼가정의 가족구성원을 살펴봤다. 조사 결과, 분가로 살림을 출발한 신혼부부가 전체 응답 356건 중 322건(90.4%)으로 절대다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신랑측 부모·형제 등과 함께 살고 있는 경우가 27건으로 7.6%, 신부의 부모·형제 등과 함께 사는 경우가 5건으로 1.4%를 차지했다.

●참고로 2009년 신혼부부의 동거가족 분포는 2005, 2007년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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