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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재 500억 내놓는 원로배우 신영균씨“금혼식 때 기부해보니 굉장한 행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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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재 500억 내놓는 원로배우 신영균씨“금혼식 때 기부해보니 굉장한 행복감”

입력
2010.10.05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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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억원에 상당하는 재산의 문화예술계 기부 의사를 밝힌 원로 배우 신영균(82)씨가 5일 오후 서울 중구 명보아트홀(옛 명보극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기부의 배경과 소회를 밝혔다. 기자회견에는 신씨의 부인 김선희씨, 아들 신언식 한주에이엠시 회장 내외, 딸 신예진 세종엔터프라이즈 대표이사 등 가족과 박종원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이춘연 영화인회의 이사장, 배우 안성기씨 등 100여명의 영화인들도 참석했다.

신씨가 기부하기로 한 재산은 명동아트홀과 제주 남원읍에 위치한 신영영화박물관. 신씨가 충무로의 소문난 재력가가 되는 데 토대 역할을 했던 명보아트홀은 그의 배우 시절 애환이 서려 있는 곳이다. 그래서인지 그는 기부의 소회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지난 시절의 고생담으로 말문을 열었다.

"명보극장 인수는 배우로서 꿈이었다. 그래서 더욱 애착이 간다. 인생을 정리해가는 마당에 좋은 일로 마무리를 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신씨는 배우 고 김희갑이 출연하는 영화를 직접 제작했는데 개봉관을 못 잡아 고생했다는 일화를 공개하며 그때부터 극장을 가지고 싶다는 꿈을 품었다고 말했다. 30여년 전 명보극장을 인수하기 전에는 극장 옆에서 부인 김선희씨가 명보제과를 운영했다. 신씨는 "빵집이 아주 잘 됐다. 우린 검소하게 산다고 명보제과 3층에서 생활했다"며 "집사람이 진짜 고생을 많이 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명보아트홀이 극장의 형태를 유지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내비쳤다.

그는 "이번 기부가 젊은 문화 인재의 발굴과 육성에 쓰였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치며 "우리 문화예술계에는 우수한 인재가 많아 적극적으로 뒷받침하면 세계시장에서 충분히 경쟁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씨는 2006년 금혼식때 기부의 참 맛을 느꼈다고 소개했다. "지인들을 불러 멋진 금혼식을 치러보려 했지만, 그 돈으로 여러 사람이 기쁨을 나누는 것이 더 의미가 있을 듯해 기부를 했다"는 것. 그때의 "굉장한 행복감"이 500억 재산의 기부로 이어지게 됐다고 그는 말했다. 가족들에게 기부 의사를 밝힐 때도 망설이지 않았고, 가족들도 환영 일색이었다. 아들 신언식씨는 "고생해서 일군 재산을 기부하시는 아버님이 정말 존경스럽다. 아버님 뜻을 받드는 게 효도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치과의사, 사업가, 정치인 등으로 다방면에서 활동한 신씨는 "그 중 하나만 선택하라면 영화배우라 분명히 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죽기 전에 스펜서 트레이시가 주연한 '노인과 바다' 같은 영화만 있으면 꼭 한 작품 하고 싶다."

신씨가 기부한 재산의 운영방식 등은 앞으로 설립될 재단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아들 신언식씨, 박종원 총장 등이 재단 설립에 대한 구체적인 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장을 찾은 영화인들은 대선배에게 박수로 화답했다. 안성기씨는 "후배로서 긍정적인 측면에서 부담을 많이 느낀다. 돈이 아니어도 재능과 시간 기부 등으로 기부 문화 확산에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최흥수기자 choiss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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