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물리학상은 러시아 출신으로 영국 맨체스터대 물리학과에 재직 중인 안드레 가임(52) 교수와 콘스탄틴 노보셀로프(36) 교수 등 2명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왕립과학아카데미는 5일 “차세대 전자소재로 각광받는 화합물 그래핀을 처음 분리해낸 가임 교수와 노보셀로프 교수를 공동 수상자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두께 0.2나노미터(1nm=10억분의 1m)의 탄소원자 한 층으로 이뤄진 그래핀은 실리콘보다 100배 이상 전자를 빨리 이동시키고 휘거나 비틀어도 부서지지 않는다. 구리보다 전류를 100만배나 많이 보내고 다이아몬드보다 2배 이상 단단하다. 그래핀을 이용하면 지금보다 수백배 빠른 반도체와 셀로판지처럼 얇은 모니터, 시계처럼 차는 휴대전화, 종이처럼 지갑에 넣고 다니는 컴퓨터 등을 만들 수 있다.
두 교수가 그래핀을 처음 분리한 건 2004년. 당시 노보셀로프 교수는 가임 교수 실험실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일했다. 그 실험실은 금요일마다 하고 싶은 실험을 해보는 전통이 있었다. 두 과학자는 여러 층의 탄소로 이뤄진 흑연에서 한 층을 떼어내면 독특한 물리적 성질이 있을 거라는 한 캐나다 물리학자의 예측을 확인해보기로 의기투합했다. 이들은 흑연에 스카치테이프를 붙였다 뗀 다음 실리콘기판에 얹어 손으로 살짝 문질러봤다. 그래핀이 처음 분리되는 순간이었다. 손영우 고등과학원 계산과학부 교수는 “간단하지만 누구도 시도 못했던 방법”이라며 “그래핀 같은 2차원 결정은 안정된 상태에서 홀로 존재할 수 없다고 알려져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물리학계는 이날 수상 소식에 안타까워하는 분위기다. 수상자들은 그래핀에선 전자가 질량이 없는 것처럼 아주 빨리 움직인다는 독특한 성질을 밝혀 2005년 과학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는데, 당시 한국인 과학자 김필립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도 같은 내용의 논문을 실었다. 그래핀 분리시점은 뒤졌으나 김 교수가 함께 수상했어도 전혀 이견이 없을 거라는 반응이다.
노보셀로프 교수는 11월10일 제주도에서 열리는 그래핀 관련 학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노벨 물리학상 시상식은 12월1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다. 수상자들은 1,000만크로네(약 16억7,000만원)의 상금을 반씩 나눠 받는다.
임소형 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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