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몰된 칠레 광부들이 이르면 10월 중순께 구출될 수 있다는 낭보가 전해졌다. "크리스마스 이전 구출"을 약속했던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이 4일 현지 라디오 방송에서 "매몰된 광부 33명 구조가 매우 임박했다"며 15일 자신의 유럽 방문 이전에 구출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세계적 이목이 쏠린 가운데 광부 구출에 정치적 명운을 걸고 있는 피녜라 대통령은 "구조는 전 세계에 희망을 줄 것"이라며, "광부 자신뿐 아니라 가족, 칠레 국민, 나에게도 매우 중요한 순간"이라고 덧붙였다. 광부들은 지난 8월 5일 칠레 북부 코피아포시 산 호세 광산 붕괴사고로 지하 725m 갱도에 매몰됐다 임시피신처로 옮겨 두 달째 생활하고 있다.
8월 말부터 수백명이 동원된 구조작업에서 칠레 정부는 플랜 A,B,C 등 세가지 방안을 병행해 추진하고 있다. 현재 가장 진척이 빠른 플랜A는 목표지점까지 160m만을 남겨놓고 있다. 5일 영국 BBC 방송은 광산회사 지오텍의 굴착 책임자의 말을 빌어 "빠르면 이번 주말 구조될 가능성도 있다"고 보도했다. 안전을 위해 구조용 갱도 내부를 금속관으로 받치도록 했는데, 기술진이 검토해 필요없다고 판단될 경우 수일이 걸리는 추가작업을 안 해도 된다는 것이다.
어찌됐든 구출 예상시기는 극적으로 앞당겨지고 있다. 그러나 최근 로렌스 골본 광업장관은 구출 과정에서 암석과 흙이 떨어져 갱도가 막히는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안전하게 처리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기술자들과 현장 관계자들도 11월 초까지는 광부들을 지상으로 끌어올리는 작업을 시작하지 않을 것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AP 통신에 따르면 구조작업을 지휘하는 안드레 수가레트는 플랜B에 쓰이는 굴착 장비 T-130과 플랜C의 Rig-421 장비의 부품교체작업이 진행중이고, 가장 앞선 플랜A도 드릴촉 교체에 들어갔다며 "날짜를 앞당길 새로운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광부들은 지상과 지하를 오가는 캡슐을 이용해 식료품과 의약품 등을 공급 받으며 비교적 안정된 상태로 지내고 있다. 특수제작된 구출용 캡슐이 폭 54㎝로 한 사람이 들어가기에도 좁아 일부 과체중인 광부들은 다이어트로 체중을 약 9㎏까지 줄였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또 30분간 꼼짝없이 좁은 캡슐에 서있어야 해 다리 힘도 키우고 있다. 이들은 구출 즉시 집중될 전세계 언론의 관심에 대비해 인터뷰 특강도 받고 있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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