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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쌍 다문화 부부 합동 결혼식 올려/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 조금 덜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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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쌍 다문화 부부 합동 결혼식 올려/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 조금 덜었네요"

입력
2010.10.05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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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북 충주시에서 곶감농사를 짓는 조신형(44)씨는 2008년 4월 중국 하얼빈에서 평생 배필을 만났다. 이혼 후 홀로 부모를 모시고 세 아이를 키우는 일이 벅찼던 조씨가 새 아내를 만나기 위해 중국까지 간 것. 이틀 동안 맞선을 통해 수십여 명의 여자를 만났지만, 마음에 드는 여자가 없었다. 그러던 중 마지막 맞선에서 지금의 아내 탕춘링(24)을 만났다. 그는 “아내는 화장기 하나 없는 수수한 얼굴이었지만 환한 미소가 아름다워 첫눈에 반했다”고 회상했다.

그 해 6월 두 사람은 부부가 됐고, 지난 해 6월 딸 한나도 태어났다. 아내는 부지런했고, 한국어 솜씨도 빠른 속도로 늘었다. 그 덕에 조씨의 곶감사업도 잘됐고, 아이들도 아내를 잘 따랐다. 하지만 마음 한 구석은 아내에게 늘 미안했다. 중국에서 조촐하게 결혼식을 올리고 왔지만, 한국에서 아이를 키우고 농사짓느라 여유가 없어 결혼식을 제대로 올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 지난해 12월 캄보디아에서 온 판티투동(21)씨와 결혼한 김수진(43∙회사원ㆍ충북 충주시)씨도 아직 결혼식을 올리지 못했다. 그는 4년 전 전처(前妻)와 이혼했다. 김씨는 “첫 결혼은 행복하지 못했어요. 집에 들어오기도 싫었고, 그러면서 외롭고 힘든 시간을 보냈어요”라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신붓감을 구해보려고 했지만, 이혼 후 시골에서 두 아이를 키우는 남자에게 시집오겠다는 한국 여자는 없었다. 고민 끝에 캄보디아로 갔다. 그 곳에서 지금의 아내를 소개받게 됐다. 김씨는 “그간은 행복하지 못했던 시간이었는데 아내가 오고 나서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김씨는 결혼식 비용으로 준비해뒀던 4,000달러(400만원)를 생활형편이 어려운 처가에 보내기도 했다. 그는 “이제 갓 스무 살을 넘긴 아내가 아이 방은 어떻게 꾸밀지 고민하고, 한국에서 살림 배우느라 여념이 없는 걸 볼 때면 고마우면서도 참 많이 미안하다”며 “한국에서도 제대로 된 결혼식을 올리고 싶었지만 사정이 녹록하지 않아 차일피일 미뤄왔다”고 고백했다.

늦깎이 신랑들이 그간 결혼식을 해주지 못한 미안함을 한 번에 모두 털어냈다. 5일 오후 6시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결혼식장에서 국제로타리 다문화위원회 후원으로 이 두 부부를 포함해 다문화 가정 부부 22쌍이 합동결혼식을 올렸다. 국제로터리 회원들이 운영하는 결혼식장, 예식업체 등을 통해 결혼식이 성사됐다. 이날 결혼 6년 만에 결혼식을 올린 이병준(40)씨는 “그 동안 결혼식 한 번 못 올려준 남편이어서 늘 마음에 걸렸는데 이제 홀가분하고, 새 출발하는 기분이다"고 기뻐했다. 신부 탕춘링씨는 “남편과 결혼식을 올려서 너무 행복하고 좋아요”라며 수줍게 말했다.

이효정 다문화위원회 위원장은 “문화와 언어가 다른 환경에서 꿋꿋하게 지내는 이주 며느리들이 이번 결혼식을 통해 행복한 인생을 출발할 수 있길 바란다”고 축복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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