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5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진행되는 아시아-유럽 정상회의(ASEM)를 계기로 이명박 대통령과 회담하는 자리에서 "천안함 사건 이후 한국민들이 중국에 대해 약간 오해하고 있지 않느냐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원 총리는 "중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성명 채택에 찬성하고, 희생자에 대한 애도의 뜻과 사태를 일으킨 측에 대한 규탄의 뜻을 여러 차례 밝혔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남북관계에서 천안함 사태와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짚고 넘어가자는 것"이라며 "나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자주 중국을 방문하는 것을 지지하며,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북한이 중국식 개혁∙개방을 적극 추진하도록 중국이 도와주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원 총리는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중일 영유권 분쟁에 대해 "4일 간 나오토(菅直人) 일본 총리와 만나 중일간 전략적 호혜관계가 중요하고 아시아의 이익에도 부합한다는 데 의견 일치를 보았다"며 봉합 의지를 밝혔다. 이 대통령은 "한중일 3국 협력이 동북아와 세계 번영 및 안정에도 크게 영향을 주므로 이 문제가 원만히 해결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유럽과 미국은 급성장하는 아시아의 비중이 커지는 현실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 국제금융기구 개혁 방안을 논의할 때 아시아 입장을 대변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어 이 대통령 등 ASEM 참석 48개국 정상 및 대표들은 정상회의 폐막 직전 채택한 의장성명을 통해 "천안함 사태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유사한 추가 공격 재발을 방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는 북한의 천안함 공격을 명기하지 않았던 7월9일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중국, 러시아 등을 비롯한 ASEM 회원국들로부터 재발 방지 합의를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결과로 평가된다.
의장성명은 북한의 모든 핵 무기 및 핵 프로그램의 완전한 포기를 촉구한 뒤 "한국이 주장하는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를 장려한다"고 밝혔다.
ASEM 정상들은 또 '보다 효율적인 세계경제 거버넌스를 향한 브뤼셀 선언'을 통해 서울 G20 정상회의 성공 개최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선언은 이 대통령이 강조한 국제통화기금(IMF) 개혁(개도국에 5% 지분 확대)과 관련 "서울 G20 정상회의 전까지의 IMF 쿼터 개혁 완결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브뤼셀=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