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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한일 검찰 닮은꼴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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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한일 검찰 닮은꼴 추락

입력
2010.10.04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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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수사를 조합하여 지휘, 관리할 수 있는 인재가 부족하다. 다시 말해 아마추어다." "처음 작성한 시나리오에 억지로 끼워 맞춰 사건을 만들고 있다. 공갈적인 취조가 도를 넘었다." "더 이상 프로 수사집단이 아니다. 제공받은 정보의 배후에 무엇이 있는지 꿰뚫어볼 수 있는 인재가 없기에, 배후가 있는 정보를 덥석 물어 안이하게 사건을 짜 맞추고만 있다."

한국 검찰을 비판한 듯한 이 말들은 그러나 최근 출간된 란 책에서 인용한 것들이다. 일본 산케이신문 기자가 쓴 이 책은 한때 한국 검찰의 본보기로 자주 제시됐던 도쿄지검 특수부의 초라한 현주소를 여러 사례들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14년 전 내가 처음 검찰을 출입할 무렵, 도쿄지검 특수부는 서초동에서 종종 전설로 회자됐다. 록히드 사건(1976년), 리쿠르트 사건(1988년), 사가와규빈 사건(1992년) 등 일본 정계 최고 실력자들이 연루된 굵직한 사건들을 처리하면서 도쿄지검 특수부는 늦가을 서릿발 같이 검찰권을 행사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살아있는 권력에 약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한국 검찰에게 그들은 하나의 모델이었다.

그런 도쿄지검 특수부가 '아마추어 수사집단'으로 전락했다는 주장은 그 자체로 충격이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 한국 검찰에 쏟아지는 지적들과 무척 닮았다. 정리하면, 수사력이 과거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고, 짜맞추기 식의 무리한 수사를 한다는 것이다. 일본 검찰 특수부의 추락은 최근 오사카지검 특수부 검사의 증거조작 사건에서도 확인된다. 무리하게 사건을 엮으려다 현직검사가 불법행위까지 저질러 구속됐고, 조직적 은폐의혹까지 받고 있다.

일본 검찰 특수부가 이처럼 망가진 것이 잘못된 인사에서 비롯됐다는 지적 또한 한국 상황과 흡사하다. 1990년대 말까지만 해도 특수부 검사는 대부분의 검사 생활을 수사현장에서 보낸 사람들이었지만, 지금은 법무행정을 맡았던 검사들이 특수부로 오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왜 이렇게 됐을까. "특수부의 '마지막 고수들'이라 할 만한 세대가 손을 댔던 몇몇 사건이, 법무성 엘리트 관료들의 눈에는 '특수부의 폭주'로 비친 것이 영향을 준 듯하다." 결국 "검찰은 '사냥개' 기르기를 그만 두고 수사현장에 법무관료의 피를 주입하게 되었다."

한국 검찰도 국민의 신뢰를 한 몸에 받았던 때가 없지 않았다. 전임 노무현 정권 시절이다. 정권이 검찰의 일에 간여하지 않았고, 검찰도 정권의 눈치를 보지 않았다. 검찰은 과거의 오욕을 씻고 진정 국민이 바라는 정의로운 검찰로 거듭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게 끝이었다. 정권이 바뀔 무렵 BBK사건을 처리하면서 검찰은 권력 변화에 예민하게 반응했고, 정권이 바뀐 뒤에는 집권세력이 관심을 갖는 사안들에서 권력자의 입맛에 간을 맞추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그 결과는 잇따른 무죄판결이었다. 지난해 대검 중수부가 기소한 사건의 1심 무죄율이 일반 사건의 18배나 됐다는 사실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수사능력이 떨어져 혐의를 제대로 입증하지 못했거나, 무리한 수사를 했다는 증거다.

문제의 본질은 인사다. 수사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가들을 키우고 그들이 소신껏 일하게 해줘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잘못된 인사는 충성경쟁을 부르고, 무리한 수사를 초래한다. '아마추어'들의 무리한 수사는 재앙을 부를 수 있다.

김상철 사회부장 sc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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