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역사적인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회의가 1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대통령 주재 하에 개최됐다. 이 자리에서 발표된 대중소기업 동반 성장 추진 대책은 결론부터 말하면 몇 가지 아쉬운 점은 있으나, 대중소기업 관계의 새로운 전환을 이룰 수 있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생각된다.
기업호민관실이 출범한 뒤 1년여간 수 많은 중소기업들이 대중소기업간 불공정거래에 대해서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들의 문제를 정리해 7월초 호민관실이 문제를 제기했고, 언론 특히 한국일보에서 집중적인 보도를 해 줬다. 이어 대책을 건의한 지 불과 3개월 만에 정책으로 발표한 정부 당국의 신속한 대응은 한국의 미래 경쟁력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대중소기업의 건강한 생태계는 21세기 선진 한국의 근간이다. 마르코 이안시티 하버드대 교수의 말대로 이미 세계는 개별 기업간의 경쟁에서 기업 생태계간의 경쟁으로 전환하고 있다. 중소벤처의 혁신역량과 대기업의 글로벌 마케팅 역량이 효과적으로 결합된 국가가 지식ㆍ창조 경제의 강자가 된다. 대기업의 몫을 중소기업으로 이전하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중소벤처의 혁신역량을 북돋워야 대기업의 경쟁력도 더 커진다는 '플러스섬 게임'인 것이다.
대중소기업간 불공정거래는 크게 4가지 과제로 집약된다. 첫째, 신고의 활성화다. 신고가 활발하고 공정한 당국의 판단이 뒷받침된다면 불공정거래는 사라질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은 보복이 두려워 실명 신고를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9ㆍ29 대책에서 조합에 '단가조정 협의 신청권'을 부여한 것은 간접적인 신고의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단가 인하 입증 책임의 대기업으로의 전환' '패스트 트랙 제도' 등도 신고의 유효성을 확대, 신고를 활성화시킨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대책으로 평가된다.
둘째, 정보의 비대칭으로 인한 협상력의 차이가 너무 크다. 대기업은 중소기업의 원가 계산서 등 각종 정보를 갖고 단가 협상을 한다. 사실상 협상이 아니다. '원가 계산서 등의 자료 요청 절차 강화'와 '일방적 실사 금지'는 정보의 비대칭을 축소, 중소기업의 협상력을 높이는 데 일조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성과공유제'도 정보의 객관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셋째, 핵심기술 등 중소벤처 협상력의 박탈이다. 중소벤처가 협상력을 가지려면 특허 등 차별화한 기술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독일의 강소 기업은 한마디로 특허기업이다. 그 동안 대기업과 거래하기 위해서는 특허를 내 놓고 시작한 경우도 많았다. 설계도면도 당연히 제공됐다. '기술 탈취의 사전 예시제'는 고도화한 기술 탈취의 사례를 미리 예시, 사전에 기술 유용을 방지하는데 기여할 것이다.
또 '기술 임치제의 확대', '비밀유지약정 도입' 등은 중소벤처의 지적 재산 보호막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기술탈취 배상책임 강화'는 대기업에 입증 책임을 전환, 법원이 손해액을 인정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
넷째,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는 불합리한 거래조건이다. 발주를 받아 납품을 하려면 제조업의 경우 통상 부품 수배에서 제작까지 3개월이 소요된다. 글로벌 스탠더드는 3개월전 서면발주다. 그 동안 한국의 대기업은 1달내 혹은 구두 발주로 중소기업의 애로를 가중시켜왔다.
현장의 문제를 개선하려면 단가 위주의 구매부서 평가도 개선돼야 한다. '대기업 최고경영자(CEO)의 의지, 발주관행, 단가조정 원칙' 등을 '동반성장 협약'에 반영한다는 것은 효과적인 수단이 개발되면 한국의 공정 거래 문화 개선에 촉진제가 될 것이다.
단체협상, 징벌적 배상제 등이 도입되지 못한 것은 아쉬운 점이다. 그러나 이번 대책과 지원센터 운영, 그리고 지속적인 동반성장 위원회 활동으로 불공정거래의 많은 부분이 개선될 수 있다는 희망을 걸어 본다.
이민화 기업호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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