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에서 돌아오면서 책 한 권을 챙겨 왔다. 이란 책이었다. 통영과 화가 이중섭 사이에 무슨 인연이 있었나 싶었는데, 이중섭에게 '통영 시절'이 있었다는 것을 새롭게 알았다. 통영 출신 원로 예술가들의 증언에 따르면 이중섭은 '1952년에 와서 1954년에 떠났다'로 확인된다.
그 시절은 서귀포에서의 가난을 떠나온 이중섭에게 숙식 걱정 없이 창작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때였고, 그런 통영 시절이 이중섭의 르네상스를 만들었다. 이중섭이 통영을 자신의 작품으로 꽤 많이 남겼다는 사실도 그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이중섭은 당시 도립통영나전칠기강습소에서 기거하며 '세병관 풍경'(1952) '남망산 오르는 길이 보이는 풍경'(1953) '까치가 있는 풍경'(1953) '복사꽃이 핀 마을'(1953) '통영충렬사풍경'(1954) 등 30여 점의 풍경화를 그렸다고 한다. 1952년 12월쯤에는 장윤성, 전혁림, 유강렬 등과 함께 통영 호심다방에서 4인전을, 1953년에는 통영 성림다방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이중섭의 통영 시절은 전혁림 화백 생전에 인터뷰를 통해서, 이중섭의 통영 시절을 곁에서 생생히 지켜본 김성수 옻칠공예가, 박종석 화가 등 원로들의 대담으로 완성되었다. 그것으로 통영은 이중섭을 '통영의 화가'로 재탄생시켰다. 부러운 것은 그 책을 통영의 한 공무원이 발품을 팔아 완성했다는 것이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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