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시장에서 주가와 채권 가격이 연일 상승하고 원화 가치도 오르는 트리플 강세가 나타나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연중 최고치를 거듭 경신하며 1,900선에 바짝 다가섰고,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연중 최저 수준인 3.30%까지 떨어졌다. 원ㆍ달러 환율 또한 5월 중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 1,120원대를 기록 중이다.
국내 기업들의 실적 호전과 무역흑자의 지속 등이 원인으로 거론되지만, 외국인 투자자금의 유입이 트리플 강세를 주도한 결정적 요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의견이다. 최근 미국과 중국, 일본 등이 얽힌 국제 환율전쟁 여파로 달러가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절상 압력을 받고 있는 원화 등 이머징마켓 통화가 매력적인 투자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외국인들이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국내 주식과 채권시장에서 사들인 금액은 69조6,000억원에 이른다. 지난달에만 각각 3조7,000억원, 3조1,500억원 이상의 주식과 채권을 순매수했다. 외국인 자금이 대거 유입되면서 원화 가치는 9월 한 달간 80원 가까이 절상됐다. 우리 외환보유액이 사상 최대 수준인 3,000억달러에 육박하는 데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의장국이어서 환율 방어(달러 매수)에 적극 개입하기도 쉽지 않은 처지이다.
문제는 글로벌 유동성에 의한 금융시장의 트리플 강세가 실물경제와의 괴리감이 큰 점이다. 최근 정부가 내놓은 8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광공업 생산이 10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소비도 전 달보다 감소해 경기 회복세에 제동이 걸린 모습이다. 무엇보다 현재의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하락해 경기가 정점을 찍었을 가능성마저 점쳐진다.
실물경제가 뒷받침되지 않은 주가 상승은 버블로 이어지고, 가파른 원화 절상은 수출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또한 환차익을 노린 외국인 투자자금은 대외 악재가 발생하면 언제든 썰물처럼 빠져나가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 정부는 외국인 자금의 급격한 유출ㆍ입이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높이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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