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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적인걸: 측천무후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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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적인걸: 측천무후의 비밀’

입력
2010.10.04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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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은 쉬커(徐克)이고, 주연은 류더화(劉德華)와 류자링(劉嘉玲)이다. 여기에 량자후이(梁家輝)가 특별출연하고, 홍진바오(洪金寶)가 무술 지도를 했다. 1980~1990년대 전성기를 구가했던 홍콩영화 한 편이 재개봉하는 것 아니냐 의문이 들 정도다. 추억의 홍콩 스타들이 손잡고 만든 영화라지만 ‘적인걸: 측천무후의 비밀’의 국적은 중국. 제작연도는 2010년이다. 1억3,000만위안(약 224억원)을 들인 블록버스터다. 아무리 무협이라 해도 아기자기한 요소가 강했던 홍콩영화를 생각한다면 입이 떡 벌어질 규모다. 그래서 그럴까. 이 영화는 중화주의 색채를 강렬하게 드러낸다. 영화적인 재미를 차치하고 찜찜한 기분으로 극장문을 나설 관객들이 적지 않을 듯하다.

당나라 시대 중국 역사상 전무후무한 여황제로 군림한 측천무후(류자링)의 집권기를 배경으로 삼았다. 측천무후의 황제 즉위식을 앞두고 건설 중인 대형 불상에서 관료 몇 명이 불가사의하게 죽는다. 몸 내부에서 불이 발화하여 잿더미로 변하게 된 것. 측천무후는 8년 전 자신의 잘못을 지적했다가 변방으로 쫓겨난 명수사관 적인걸(류더화)을 불러들여 사건을 맡긴다. 적인걸은 뛰어난 무술 실력을 지닌 측천무후의 심복 정아(리빙빙ㆍ李氷氷)와 함께 미궁의 중심에 조금씩 다가간다. 그 과정은 화려한 컴퓨터 그래픽과 중국 무술이 빚어낸 화면으로 채워진다. 기름기 많은 중국 음식처럼 조금은 물리지만 무협영화 애호가라면 박수 치며 환호할만한 미려한 장면들이 적지 않다. CG로 재현해낸 낙양의 모습과 귀기가 넘치는 지하 암시장의 풍경도 눈길을 잡는다.

측천무후가 자신의 권력과 당나라의 위세를 만방에 알리기 위해 높이 120m의 불상을 당시 기술로 어렵지 않게 만들었다는 설정에선 어쩔 수 없이 거리감이 느껴진다. 측천무후를 조정에 혼란을 일으킨 인물이라 비판하다가 종국엔 그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적인걸의 변모도 뜨악하다. 마치 중국 황제에 대한 복속은 거부할 수 없는 명제라는 외침으로 들린다. 적인걸이 측천무후 앞에 무릎을 꿇는 장면엔 최근의 국제 정세가 포개지면서 기분이 묘해진다.

적인걸(630~700)은 1만7,000건 가량의 사건을 해결하며 측천무후의 총애를 받은 당나라 시대의 실존인물이라고 한다. 올해 베니스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작이다. 7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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