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부산에 영화의 바다가 열린다. 활어처럼 펄떡거리는 국내외 신작과 고전 명작 등 308편 중 무엇을 볼까 고르는 것도 간단치 않은 일. 부산국제영화제 초행길인 사람일수록 전문가의 추천이 절실하다. 한국의 영화전문가들은 부산에서 어떤 영화를 가장 보고 싶어할까. 국내 영화제 프로그래머와 영화평론가 10명에 물은 결과 한국영화 ‘만추’와 홍콩영화 ‘사랑에 관한 모든 것’이 가장 기대되는 영화로 꼽혔다. 아시아 영화를 발굴하고 소개하는 역을 자임하고 있는 부산영화제 특성 때문일까. 전문가들이 꼽은 작품들은 대체로 아시아 영화였다.
‘만추’ ‘사랑에 관한 모든 것’ 최고 기대작
세 명의 전문가가 ‘만추’와 ‘사랑에 관한 모든 것’을 보고 싶은 영화 1순위에 올렸다. ‘색,계’의 중국 스타 탕웨이와 현빈이 출연한 ‘만추’는 고 이만희 감독의 동명고전을 새롭게 만든 영화. 남편 살해 후 감옥에 간 여자가 특별휴가를 나왔다가 도망자 신세의 한 남자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사연이 미국 시애틀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가족의 탄생’으로 평단의 호평을 받은 김태용 감독이 현장을 지휘했다. 영화평론가 오동진씨는 “원작에서 보여졌던 한국의 가을이 시애틀의 가을과 정서적으로 어떻게 연결될까 궁금하다. 탕웨이의 연기도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고 말했다. 조지훈 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는 “현빈과 탕웨이의 연기 조화가 뛰어나고 많은 여운을 남기는 영화”라고 호평했다. 영화평론가 정지욱씨는 “원작이 과연 어떻게 해석되었을까 궁금하다”고 밝혔다.
‘사랑에 관한 모든 것’은 홍콩의 대표적 여성 감독 쉬안화(許鞍華)의 신작. 연인 관계였던 두 여자가 임산부 모임에서 재회하며 다시 사랑에 빠진 뒤 벌어지는 복잡다단한 관계를 그린다. 오동진씨는 “쉬안화 감독은 인물의 섬세한 정서를 깔끔하게 잘 뽑아낸다. 고답적인 사랑을 새롭게 인식하게 해주는 영화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영화평론가 김영진(명지대 교수)씨는 “말랑말랑하면서도 대중적인 흡입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평론가 심영섭씨는 “쉬안화 감독의 영화는 여성의 삶과 치유에 대해 다루고 있다니 관심이 간다. 여성 감독 특유의 화술과 문법도 기대된다”고 밝혔다.
“‘13인의 자객’ ‘카멜리아’도 보고 싶은 영화”
‘만추’와 ‘사랑에 관한 모든 것’의 뒤를 잇는 기대작으론 일본영화 ‘13인의 자객’과 한국 태국 일본 합작의 폐막작 ‘카멜리아’가 꼽혔다. 각각 두 전문인의 선택을 받았다. 막부시대 쇼군의 포악한 동생을 제거하려는 자객들의 고투를 그린 영화로 일본 B급 영화의 대표주자인 미이케 다카시 감독의 신작이다. 심영섭씨는 “미이케는 일본 감독 중 대담함과 잔혹함에 있어 발군이다. 박찬욱 김지운 감독과 유사한 점도 있으니 비교하며 영화를 보고 싶다”고 밝혔다. 김영진씨는 “미이케의 영화는 순수한 오락물을 즐기는 기쁨이 있다”고 평가했다.
‘카멜리아’는 장준환(한국), 유키사다 이사오(일본), 위시트 사사나티앙(태국)의 단편을 묶은 옴니버스 영화로 부산광역시 등의 지원으로 만들어졌다. 설경구 강동원 송혜교 김민준 등 출연진부터 예사롭지 않다. 황혜림 서울국제환경영화제 프로그래머는 “단편 ‘털’이후 장준화 감독의 6년만의 신작이 들어있으니 반가워도 너무 반갑다”고 기대했다.
1표씩을 받은 영화로는 전규환 감독의 ‘댄스타운’, 임순례 감독의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영화평론가 황진미씨), 호주판 서부극 ‘레드 힐’과 스페인 스릴러 ‘줄리아의 눈’(박진형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프로그래머), 중국영화 ‘바람과 모래’(조지훈 프로그래머), 일본영화 ‘번개나무’(정지욱씨), 장률 감독의 ‘두만강’(이주연 프로그래머), 필리핀영화 ‘트럭 밑의 삶’(황혜림 프로그래머) 등이 있다. 영화저널리스트 김형석씨는 “영화제는 낯선 영화를 보며 충격에 빠지는데 의미가 있다. 한국단편경쟁부문과 다큐멘터리경쟁부문 영화를 추천한다”고 말했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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