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이 연 11~14%의 금리의 서민전용 대출상품인‘새희망홀씨’를 다음달 출시한다. 저축은행과 농ㆍ수ㆍ신협, 새마을금고 등의 서민 금융상품인‘햇살론’에 이어 은행권도 유사한 상품을 내놓은 것.
새희망홀씨, 중급 신용자가 수혜자
이 대출 상품은 은행권이 지난해 3월 저신용자를 겨냥해 기존 희망홀씨대출을 개편해 핵심 대상을 중급 신용자로 상향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외국계와 지방은행을 포함해 16개 시중은행에서 대출이 가능한데, ▦신용등급(신용평가회사 기준) 5등급 이하로 연소득 4,000만원 이하 이거나 ▦신용등급과 상관없이 연소득 3,000만원 이하인 사람이 받을 수 있다. 다만 3개월 이상 연체나 부도, 조세ㆍ과태료 체납 등이 있거나 금융채무불이행자인 신용회복지원자 등은 대출 대상에서 제외된다. 개인 대출 한도는 사용용도와 관계없이 2,000만원까지다.
금리는 개별 은행이 자율적으로 결정하지만 햇살론 금리 수준(평균 13%)인 연 11~14%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 희망홀씨대출 금리가 연 최고 19%인 것을 감안하면 최고 5% 포인트 정도 인하된 셈이다.
16개 시중은행은 전산 개발과 내규 정비 등의 작업을 이달 말까지 완료해 11월부터는 상품을 출시해 5년간 한시적으로 판매할 예정이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햇살론에 대한 정부보증재원 출연기간이 5년임을 감안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기존 희망홀씨 대출자가 새희망홀씨 대출로 갈아타는 것을 허용할지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활성화 여부는 미지수
은행권이 서민금융 활성화를 위해 새로운 상품을 내놓았으나, 이번에도 시장에서 호응을 받을지 여부는 알 수 없다. 정부가 특례보증을 통해 신용을 보강하는 기존 희망홀씨대출이나 햇살론과 달리 이 상품은 돈을 빌리는 사람의 신용에만 의존하기 때문이다. 특례보증 대출은 고객이 돈을 갚지 못하더라도 대출기관은 보증한도(통상 85%)를 제외한 나머지만 손해를 보지만, 신용대출은 대출액 전액을 떼이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3월부터 올해 7월까지 집행된 희망홀씨대출을 보면 잔액 2조3,000억원 중 특례보증 대출을 제외한 수수 신용대출은 33%인 7,680억원에 불과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새희망홀씨가 신용대출인 만큼 희망홀씨나 햇살론보다 대출 조건이 까다로울 수 밖에 없을 것이며, 이 경우 실제 수혜자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또 “감독당국이 대출을 독려하면 신용등급이 높은 계층에만 대출이 몰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활성화 여부와 함께 대출 재원도 논란의 대상이다. 각 은행이 전년도 영업이익의 10% 내외에서 자율적으로 대출을 할 예정인데, 이는 영업이익 규모에 따라 대출재원이 매년 큰 폭으로 변동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예컨대 경기가 악화하면 대출수요가 늘어나지만, 영업이익이 줄어든 은행은 규모를 대폭 줄이거나 일부 적자은행은 아예 중단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전년도 영업이익의 10%는 향후 5년간 평균 개념이므로 갑자기 대출 규모가 감소하는 일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고 해명했다.
손재언기자 chinaso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