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법 재개정 문제가 재점화할 조짐이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거듭 공언해온 대로 사학법 개정안을 마련, 발의를 준비하고 있고, 이같은 분위기에 발맞춰 사립중ㆍ고등학교장회는 최근 현행 사립학교법의 전면 개정을 정면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반해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은 "사학의 공공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정책적 노력을 경주하겠다"며 사학정책자문위원회 신설을 통한 사학규제 강화 방침을 밝혔다. 2005년 사학법 개정파동 이후 5년 만에 또다시 험한 갈등이 빚어질 전망이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한나라당과 사학재단 측의 주장은 명분이 없다. 이들의 재개정 요구는 개방형 이사제, 대학평의회, 교원인사위원회 제도 등의 폐지와 지자체의 재정지원 확대로 요약된다. 모두 2005년 여야 극한대치의 진통 속에 어렵게 법에 포함시킨 조항들이다. 수십 년 고질적인 사학비리를 겪으면서 최소한의 재단 견제장치로, 그것도 당초 개혁안에서 상당부분 후퇴한 내용들이다. 별다른 상황 변화가 없는데 이마저 다시 원위치시키겠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이들이 내세우는 사학법 재개정의 명분은 교육의 자율, 학습권 보호, 건전한 학교상 정립 등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바로 이런 점들이 숱한 비리사학에서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개방형이사 등이 필요했던 것이다. 특히 중등교육이 사실상 의무교육화하고, 시학재정의 대부분을 국가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학교 운영의 자율을 요구하는 것은 학교 운영자 측의 무한 전횡을 용인해 달라는 것에 다름 아니다. 더욱이 최근 교육과학기술부의 감사자료에서도 사학비리가 여전히 도처에 만연해 있음이 분명하게 확인된 상황이다.
우리는 이런 현실에서는 도리어 곽 교육감의 사학 관리감독 강화 방침이 더 적절하다고 본다. 실제로 과거 이주호 교과부장관도 "우리의 사학은 독점적 지배구조를 가진 사실상의 영리법인"이라고 지적, 사학 관리감독과 규제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사학법 재개정 시도는 이 정부의 공정사회 구호에 대한 신뢰마저 거두게 만드는 대단히 섣부른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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