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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노벨문학상이라는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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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노벨문학상이라는 축제

입력
2010.10.04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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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이 모레 발표된다. 기다리는 와중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는다. 어떤 분들은 노벨문학상의 유럽중심주의를 날카롭게 질책한다. 할 만한 얘기긴 하지만, 상을 지역별로 골고루 나눠주라는 말로 오해될 소지도 있다. 문학의 기준은 오로지 문학 자체일 뿐이라고 믿는 이들은 문학에 국적이 어디 있으며 지역 안배가 도대체 고려사항이 되느냐고 냉소할 것이다. 그러나 이 상이 오로지 문학 자체만으로 여기까지 왔다고 믿기도 어렵다. 추앙하기도 무시하기도 곤란한 이 상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그저 매년 가을 벌어지는 문학 축제로 받아들이면 좋을 것이다. 나에게 노벨문학상 발표는 노벨문학상 수상작이 곧 (재)출간된다는 예고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 상이 없었던들 오에 겐자부로의 그 깐깐한 소설들이 무려 전집의 형태로 나올 수 있었을 것이며, 우리가 몰랐던 헤르타 뮐러의 그 섬세한 작품들이 한꺼번에 소개될 수 있었을까. 어떤 문학 애호가들에게는 내가 읽을 수 없는 언어로 아름다운 문학작품을 쓰는 작가가 세상에 있다는 것 자체가 속상한 일이다. 그들에게 이런 번역 붐은 일종의 축제다.

어떤 작가가 상을 받고 그의 책이 쏟아져 나오고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되면 되레 그 작가에게 시큰둥해지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나는 그런 고고한 독자가 아니어서, 일단 수상자가 발표되면 그 작가에 대한 정보를 뒤져 완벽한 서지목록을 작성한다. 이미 번역된 작품을 주문하고 곧 번역될 작품을 기다리면서'그래, 이번 달에는 당신 책을 읽어주겠다'는 자세를 갖춘다. 그러나 대가급 작가라면 작품 목록이 꽤 길 것이다. 축제여도 그 많은 책을 다 읽을 수는 없다.

그래서 요령이 필요하다. 한 작가를 신속 정확하게 알고 싶으면 일단 3 권의 책을 읽으면 된다. 데뷔작, 대표작, 히트작. 데뷔작에는 작가의 문학적 유전자가 고스란히 들어있기 때문에, 대표작에서는 그 작가의 역량의 최대치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히트작은 독자들과 형성한 공감대의 종류를 알려주기 때문에 읽을 가치가 있다. 재작년 수상자 르 클레지오의 경우라면, 데뷔작 (1963), 대표작으로 간주되는 (1980), 베스트셀러 (1997)를 우선 갖춰놓는 식으로 말이다.

올해 노벨문학상은 시인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고 했던가. 고은 시인이 상을 받는다면 나는 10월 한 달을 '고은의 달'로 정하고 그의 작품을 새삼 읽게 될 것이다. 시인이어서 데뷔작, 대표작, 히트작 등을 말하기가 어색하다. 우선은 (2002)이나 (2009)와 같은 시선집을 지도 삼아 그의 방대한 작품세계를 일별하면 될 것이고, 그 다음에는 올해 초 화제 속에 완간된 그의 필생의 역작 (2010) 전집에 도전하면 될 것이다.

그러나 '문화 강국'이니 '국위 선양'이니 하는 관료풍의 말들이 따분하다고 느끼는 이들은 축제의 주인공이 꼭 한국의 시인이 아니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토마스 트란스트레뫼르(스웨덴), 아담 자가예브스키(폴란드), 아도니스(시리아) 등과 같은 미지의 시인들이 수상을 해서, 덕분에 그들의 시를 한국어로 읽을 수 있게 된다면 그것도 즐거운 일이다. 우리가 1996년 수상자인 비스바와 쉼보르스카(폴란드)를 그렇게 알게 되었고 마침내 사랑하게 되었듯이 말이다. 어느 쪽이건, 이만하면 즐길 만한 축제가 아닌가.

신형철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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