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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제기 기자의 Cine Mania] 당신이 모르는 한류의 저력!

입력
2010.10.04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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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동부 인디애나주에 거주하는 한 지인이 얼마 전 전해온 이야기. 인디애나주립대학에서 만난 한 백인 여대생이 “김현중 때문에 한국 TV드라마 ‘장난스런 키스’를 본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또 다른 한국 드라마 ‘꽃보다 남자’를 보다 김현중을 알게 됐다는 그는 한국을 한번도 가보진 못했지만 동영상 전문 사이트 유튜브를 통해 한국의 드라마를 접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의 한국 드라마 팬들이 어설피 만든 자막과 함께. 가히 ‘인터넷은 한류를 싣고’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기전’과 ‘이끼’ 등에 출연한 정재영은 올 봄 유럽에서 날아온 예기치 않은 손님을 맞이했다. ‘김씨 표류기’를 보고 정재영의 팬이 돼버린 프랑스인 손님이 한국 여행을 하게 되자 정재영을 꼭 보고 싶다며 영화사 ‘반짝반짝’의 문을 두드린 것이다. 정재영과 자장면을 함께 한 이 벽안의 손님은 “혹 프랑스 영화에 출연할 생각이 없냐”라며 그의 연기에 호감을 나타냈다고 한다. 한국 극장가에서 냉대를 받은 ‘김씨 표류기’에 감명해 이역만리를 날아온 진객을 보고 정재영의 가슴은 무척 뿌듯했으리라.

한류 열풍이라는 단어가 이젠 식상한 시대가 됐고, 아직도 한류냐는 반응도 있겠지만, 한류의 저력은 여전히 무시 못할 수준이다. 예전의 한류가 장작불처럼 확 타오르다 꺼지는 형국이었다면 최근의 한류는 은근하게 온기가 오래가는 온돌방과도 같다.

한류가 그 어떤 국가홍보 전략보다 효과적으로 대한민국을 알리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괴물’ 등의 봉준호 감독의 최근 사례도 한류의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케 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G20 정상회의 개최를 앞두고 최근 G20 회원국의 언론인을 초청하는 행사를 열었는데, 브라질에서 온 한 언론인이 애타게 만나고 싶어했던 인물이 바로 봉 감독이다. 지구 반대편까지 뻗치는 한국 대중문화의 힘이 느껴진다.

한류의 저력이 만만치 않고 우리 영화인들의 재능이 세계적이라고 하나 아직은 꿰어지지 못한 구슬 서말과 같은 신세다. 한국영화 진흥을 이끌어야 할 영화진흥위원회는 조희문 위원장의 거취를 놓고 안개 속을 걷고 있는 등 정부의 대중문화 지원책은 기대에 못 미친다.

아마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기간에도 부산의 유명 호텔 로비는 한류 스타 얼굴 한번 보려는 일본 아줌마 팬들로 장사진을 이룰 것이다. 그들을 호객만 할게 아니라 단골 손님으로 만들기 위해선, 그리고 젊은 팬들까지 끌어들이기 위해선 더욱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 노력의 많은 몫은 정부에도 있다.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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