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인수를 둘러싸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정몽구 현대ㆍ기아차 회장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정 회장 부인의 1주기 자리에서 미묘한 조우를 했다. 그러나 현대건설 향배와 관련한 극적 타협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 회장은 4일 오후 6시52분 검은색 투피스 정장 차림으로 정 회장의 서울 한남동 자택을 찾아 정 회장 부인인 고 이정화 여사의 1주기 제사에 참석했다. 현 회장은 시아주버니인 정 회장과 팽팽한 현대건설 인수전을 벌이고 있어 이날 제사에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적지 않았다.
양 측은 현재 현대그룹의 공세적 광고 때문에 신경전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현대그룹은 4일 현대ㆍ기아차를 겨냥한 듯 24개 중앙 일간지에 ‘자동차 기업은 자동차에 전념하라’는 요지의 광고를 냈다. 또‘현대건설 회생을 위해 고 정몽헌 회장이 사재 4,400억원을 출연했다’는 자사 TV 광고 문구에 대한 진위 논란이 일자, 반박 자료와 함께 고 정주영 회장이 2000년 “정몽헌 회장에게 재산권 행사를 위임한다”며 써준 위임장을 공개했다.
이런 상황에서 현 회장이 정 회장 자택에 모습을 드러내자 현대건설과 관련해 양측이 극적인 타협을 보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무성했다. 재계에서는 그 동안 현대ㆍ기아차가 현대건설을 인수하면서 현대건설이 보유한 현대그룹 핵심 계열사인 현대상선 지분 8.3%를 현대그룹에 넘기고, 현대그룹은 현대건설 인수를 포기하는 ‘빅딜’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타협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 회장은 오후 8시10분께 정 회장 자택을 나서면서“정 회장과 현대건설에 대해 얘기했느냐”“끝까지 현대건설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냐”등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변을 내놓지 않고 조용히 차에 올랐다. 현대차 관계자는 “돌아가신 분에 대한 추모의 자리였을 뿐, 현대건설과 관련된 얘기는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박진석기자 jseok@hk.co.kr
강희경기자 kst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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