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침체 여파로 수도권에서 신규 아파트 단지의 입주를 거부하는 현상이 속출하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초기 입주율이 90%에 육박해 큰 대조를 이루고 있다.
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올들어 서울ㆍ수도권 신규 입주 단지의 입주 초기 2~3개월 입주율은 대부분 50% 수준을 밑돌고 있다. ‘신규 입주 단지=불 꺼진 아파트’란 공식이 나올 정도로 시장이 얼어붙은 것. 그러나 경기 양주 고읍지구의 수자인 아파트와 서울 둔촌 푸르지오 등에서는 초기 입주율이 90%에 달하는 등 전혀 다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시장 관계자들은 “입주율 상위 10% 아파트는 철저하게 소비자 위주의 가격정책이나 입지정책을 펴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평가했다.
낮추고 줄여라
실제로 ㈜한양이 시공한 양주 고읍지구 10블록 수자인 아파트는 8월 이후 입주를 시작한지 두 달 만에 88%가 넘는 입주율을 보이고 있다. 대형사 인기 브랜드도 아닌데다가, 입지 여건도 뛰어나지 않은 이 곳이 놀라운 입주율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은 시장 여건에 맞춘 공급에 있다. 764가구 모두 실수요층이 두터운 전용 59㎡와 85㎡로 설계됐다. 2008년 5월 분양 당시 시공 마진이 높았던 중대형 대신 중소형 시장을 내다본 것이 오히려 바뀐 시장 상황에서 계약자들을 붙들어 둘 수 있는 힘이 된 셈이다.
회사 관계자는 “분양가 역시 당시(2008년 5월) 주변 고읍지구 시세보다 낮은 3.3㎡당 평균 780만원에 공급, 최근 부동산 시세하락에도 버틸 수 있는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고 말했다.
통(通)하라
입지는 부동산 경쟁력의 핵심 요인인데, 특히 지하철 역세권 입지는 분양 성공의 보증수표나 다름없다. 실제로 불황 속에서도 높은 입주율을 보이는 수도권 단지 상당수는 지하철로 외부와 통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GS건설이 488가구로 재건축한 아파트 ‘한강 밤섬자이’는 올 3월 집들이를 시작한 이후, 5개월 만에 1층 일부를 제외하고 사실상 입주가 완료됐다. 이 아파트는 통상 초기 입주율 기간으로 보는 입주 첫 3개월 동안에도 90%에 가까운 입주 실적을 나타냈다. 대형사 인기 브랜드 단지라는 장점 외에, 지하철6호선 광흥창역 역세권 입지 여건이 실수요자 중심의 입주로 이어진 것.
대우건설이 서울 강동구 둔촌동 진흥아파트를 헐고 재건축한 ‘둔촌 푸르지오’도 지하철 교통 입지 여건이 입주율 상승과 맞물린 사례. 올 상반기 입주가 시작된 이후 2개월여 만에 저층 일부 가구를 제외하곤 사실상 입주가 마무리 됐다. 비슷한 시기에 한 대형 건설사가 인근 고덕동에서 준공한 단지가 아직까지 미분양ㆍ미입주로 고전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지하철5호선 길동역 외에 지하철9호선 2차 연장구간 통과 등의 호재가 부각되면서 입주가 신속히 이뤄졌다”고 말했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연구소장은 “시장 변화를 앞서 내다보고, 소비자가 원하는 입지와 분양가와 같이 시장 침체에도 통할 수 있는 키워드를 찾는 것이 업계 스스로 불황을 타개할 수 있는 지름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태훤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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