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국가대표팀 한일전(12일 오후 8시ㆍ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박지성(29ㆍ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야전 사령관으로 변신한다.
조광래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4일 오전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한일전 엔트리 발표 기자회견에서 “한일전에서는 박지성을 2선으로 내려서 기용하겠다. 경험상 부진할 때는 포지션을 바꿔보는 것이 컨디션 회복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한일전에서 박지성을 중앙 미드필더로 활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지성은 ‘조광래호’ 출범 후 2경기에서 모두 왼쪽 날개로 선발 출전했다.
중앙 미드필더는 박지성에게 낯선 포지션이 아니다. 2002 한일 월드컵 이후 대표팀을 지휘한 사령탑들은 박지성을 왼쪽 날개와 중앙 미드필더로 두루 기용했다. 박지성에게 어떤 포지션을 맡기느냐에 따라 공격 전술이 달라졌다. 이른바 ‘박지성 시프트’다.
조 감독이 한일전에서 박지성을 중앙 미드필더로 활용하려는 뜻은 ‘중원 싸움’에서 반드시 이기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안방에서 열리는 숙적 일본과의 대결에서 지고 싶은 축구인은 아무도 없다. 조 감독은 지난달 일본과 파라과이의 친선경기를 직접 방문해 지켜보는 등 일찌감치 한일전 필승 의지를 보였다.
조 감독이 생각하는 한일전 필승 키워드는 ‘중원 지배’다. 조 감독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일본 미드필더들은 강한 압박을 가하며 세밀한 플레이를 펼친다. 남아공 월드컵에서도 일본의 미드필드 플레이는 어떤 팀에도 뒤지지 않았다. 미드필드를 내준다면 고전할 수 있다. 미드필드 장악을 위한 선택을 하겠다”고 말했다. 박지성의 중앙 미드필더 전환은 ‘중원 강화책’의 첫째 조건인 셈이다.
신예 윤빛가람(경남)을 제외하고 지난 두 차례의 A매치에서 만족스러운 활약을 펼친 중앙 미드필더가 없다는 점도 조 감독의 선택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백지훈(수원)은 나이지리아전에 교체 출전했지만 이후 ‘조광래호’에 승선하지 못했고 이란전에서 시험대에 오른 김정우(광주 상무)와 김두현(수원)도 조 감독으로부터 합격점을 받지 못했다. 기성용(셀틱)은 소속팀 입지 불안으로 이란전에서 부진했다.
박지성이 없는 왼쪽 측면의 공백은 조영철(니가타)이 메운다. 조 감독은 “조영철이 투입되면 박주영(AS 모나코)의 부담을 많이 덜어줄 수 있을 것이다. 최근 골을 많이 넣고 있어 한일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조영철의 중용을 예고했다.
이영표(알힐랄)를 제외한 10명의 ‘해외파’는 7일 낮 12시 파주 축구 대표팀 트레이닝센터에서 소집되고 9일 정규리그 경기를 치르는 K리거들은 10일 낮 12시에 합류한다.
●축구 국가대표팀 명단(12일 일본전)
▲GK=김영광(울산) 정성룡(성남) ▲DF=이정수(알사드) 조용형(알라얀) 곽태휘(교토) 홍정호(제주)김영권(도쿄 FC) 황재원(수원) ▲MF=이영표(알힐랄) 차두리 기성용(이상 셀틱) 최효진(서울) 윤빛가람(경남) 구자철(제주) 신형민(포항)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최성국(광주 상무) 조영철(니가타) 이청용(볼턴) ▲FW=김신욱(울산) 염기훈(수원) 이승렬(서울) 유병수(인천) 박주영(AS 모나코)
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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