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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노원구 '담쟁이' 회원들의 벽화 그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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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노원구 '담쟁이' 회원들의 벽화 그리기

입력
2010.10.03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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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이쁘다(예쁘다). 색깔도 너무 예뻐서 반할 것 같아요. 근데 선생님 제가 그린 참새는 어디 갔어요, 참새요. 참새!"

희원(11ㆍ신방아초4)이는 지난달 28일 오후 5시 서울 지하철1호선 방학(도봉구청)역 1번 출구 옆 담벼락 앞에서 참새마냥 재잘거렸다. "이 정도면 나도 한 그림 하는데요." "하늘이 너무 허전하잖아요." 살포시 흥분한 희원이가 10분 넘게 뛰었다 섰다를 반복하며 가리킨 길이 70m, 높이 2~3m의 담벼락엔 푸른 하늘과 초원, 달리는 기차 등이 멋들어지게 숨쉬고 있었다.

"우리가 그린 벽화예요." 자랑하는 희원이와 또래 여섯 명은 서울 노원구 방아골종합사회복지관(이하 복지관)이 운영하는 '담쟁이'(담벼락 아래 개구쟁이들) 회원이다. 이번 벽화의 제목은 '자연과 사람이 더불어 사는 도봉구'다.

물론 아이들만의 힘으로 수십m 길이에, 높이가 키의 두 배가 넘는 벽에 그림을 채우지는 않았을 터. 한국마사회 창동지점 봉사동아리(KRA 엔젤스)와 지역주민 60여명이 손을 보탰다.

한 쪽에서 "눈이 침침해서 못 하겠네"라고 너스레를 떨자, 다른 쪽에서 "아이들의 그림이니까 최대한 예쁘게 그려야죠"라고 받았다. 이틀간 참여자들 모두 오락처럼 그림 그리기를 즐겼다. 마사회 직원 오원규(42)씨는 "아이들의 그림으로 가득 찬 거리를 생각하니 뿌듯하기까지 하다"고 했다.

아이들, 기업, 주민이 삼위일체로 내놓은 이번 작품의 과정은 세 단계로 진행됐다. 아이들이 벽에 넣을 그림(원본)을 그리는 작업, 이를 벽면에 옮기는 스케치 작업, 마지막으로 다 함께 채색하는 작업이 이어졌다. 모든 과정에 걸린 시간은 한 달 정도였다.

그래도 작업의 중심은 아이들이었다. 노란 참새, 기차보다 큰 자전거 등 벽면에는 동심이 그대로 녹아 있다. 작품에 참가했던 박범수(45)씨는 "아이들의 상상력이 반영돼 그런지 색감이 화사하고 벽에서 활기가 느껴진다"고 뿌듯해했다.

담쟁이 아이들은 자신의 손으로 아름다운 동네를 가꾸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평균 나이 11세, 연장자라고 해봐야 이제 초등학교 6학년이지만 아이들은 "동네 담벼락 전체를 예쁜 그림으로 채우겠다"고 의기양양하다. 담쟁이를 관리하고 있는 복지관의 김대근씨는 "지나는 주민마다 잘 그렸다고 칭찬해 아이들은 이미 꿈을 다 이룬 표정이다"고 거들었다.

담쟁이는 지난해 9월 지역 소외아동 집단활동 프로그램으로 시작됐다. 학원을 다니는 아이들과 달리 어려운 집안 형편 등으로 방과 후에 딱히 할 일이 없거나, 부모가 모두 일을 나가 돌봐줄 사람이 없는 아이들이 대상이었다. 복지관 관계자는 "아이들의 정서적 안정을 꾀하는 게 벽화 그리기의 일차 목표"라고 소개했다.

15명으로 구성된 담쟁이는 이미 노원구와 도봉구 내에 여러 작품을 남겼다. 지난해 11월 복지관 지하주차장에 벽화를 그린 것을 시작으로 올해 6월 복지관 인근의 노인정 벽면, 7월에는 방학동 내 버스 종점 옆 벽면 등에 꾸준한 '작품 활동'을 벌여왔다. 김대근씨는 "아이들의 손을 통해 '확' 바뀔 도봉구 거리를 기대해달라"고 말했다.

참, 희원이가 찾던 참새는 노란 몸통에 검은 색의 부리와 날개를 지니고 파란 하늘과 구름으로 단장한 벽면을 날아가고 있었다. 실제 참새보다 족히 5배는 커 보이고, 언뜻 병아리처럼 생겼지만 희원이는 끝까지 참새라고 우겼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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