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하위 경찰 인력은 3만명 가까이 부족한 반면 중간 간부층은 정원보다 두 배나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조직의 계급간 인력불균형이 이처럼 극심하다 보니 현장에서는 범죄대응 능력이 떨어지는 등 조직운용의 비효율성이 드러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30일 경찰청이 이명수(자유선진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순경은 정원 2만8,577명 가운데 3분의 2가량인 1만9,554명이 부족했다. 바로 위 계급인 경장은 정원 2만6,407명에서 9,540명이 모자랐다. 그러나 순경 신규채용은 지난해 3,000여명, 올해 2,000여명에 그쳤다. 반면 중간간부인 경위는 정원보다 1만5,454명, 경사는 1만3,224명 많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장에서는 일할 사람이 없다는 불만이 높다. 서울 일선 경찰서의 A 경위는 "우리 팀 8명 중 경장, 순경 한 명씩을 빼고는 6명이 경사이거나 경위"라면서 "나이가 많아 도망가는 범인을 추격하는 것도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경찰서의 B 경사는 "당직 근무 때 민원 전화도 받고 발생 사건도 챙겨야 하는데 사무실에 달랑 한 명만 있을 때도 있다"면서 "하루 반나절 근무, 하루 반 휴식인데도 항상 일에 치어 산다"고 말했다.
경찰청은 현장인력인 하위직을 보강하기 보다는 예산 25억원을 들여 인력적체가 두드러진 경위 1,025명을 경감으로 승진시키는 방안을 추진, 일선에서는 '윗돌만 늘려 뭘 어쩌겠다는 것이냐'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C 경사는 "하위직 부족현상은 외면한 채 인력이 남아도는 경위들을 경감 승진으로 해소하는 것은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격"이라며 "차라리 그 돈으로 순경을 더 뽑는 게 낫다"고 비판했다.
이 때문에 경찰 안팎에서는 경위 근속승진제도와 경찰대를 폐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문성호 한국자치경찰연구소장은 "근속연수만 채우면 경위까지 자동 승진하는 제도와 현장 경험도 없는 중간 간부(경위)를 매년 120명씩 배출하는 경찰대 때문에 계급간 인력 불균형이 심화하고 있다"며 "문제가 되는 두 제도를 개선하지 않으면 현장인력 부족은 갈수록 악화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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