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희영 여성가족부 장관은 1년전 장관 후보 청문회에서 여성분야 전문가가 아니라는 이유로 일부 의원들로부터 자질 부족 지적을 받았다. '영양학 박사 출신이 여성가족부(당시 여성부) 업무를 제대로 해내겠느냐'는 게 그들의 주장 근거였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백 장관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없다. 물론 당시에도 여성부 업무를 수행할 능력이 부족하지 않다고 보는 이도 적지 않았지만 지금은 업무 전반을 꿰찬 것은 물론이고, 내후년 예산까지 머릿속에 넣고 있을 정도로 왕성히 일하고 있다. 아동ㆍ청소년 성폭력, 결혼이주여성 피해, 일ㆍ가정 양립, 군 가산점 논란…. 백 장관을 만나 취임 1년간 한 일과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을 들어봤다.
_취임 1년을 맞은 소감은 어떻습니까.
"여성가족부 업무는 우리 일상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습니다. 특히 사회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여성, 자기 목소리를 못 내는 청소년, 소외 계층인 결혼이주여성 등 주로 약자를 돌보는 업무가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공정사회 구현에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올해 우리부 예산이 부처 평균(5.7%)보다 높은 8.5%포인트 증액된 것도 이를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소수자가 된 사람들을 위한 정책을 펴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_올해는 아동ㆍ청소년 성범죄가 큰 사회적 충격을 줬습니다. 정부 대책은 무엇인가요.
"아동 성폭력 방지를 위해 지역사회 차원의 안전망을 구축하고, 사전 예방활동을 강화하는 게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8월부터 시도별로 한 개씩 16개 시ㆍ군ㆍ구를 성폭력 방지 지역연계 시범지역으로 선정해 교육과학부ㆍ행정안전부ㆍ보건복지부ㆍ경찰청과 함께 '지역사회 아동안전을 위한 공동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습니다. 중앙과 지방 간 협력ㆍ연계 체계를 강화한 것입니다. 현재 재개발 철거지역, CCTV 설치지역 등의 정보를 표시한 아동안전지도 제작을 추진중에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갖고 아동ㆍ청소년을 돌보는 것입니다."
_예방도 중요하지만 처벌 강화 목소리도 높습니다. 7월부터 성폭력 전과자에 대한 인터넷 공개가 이뤄지고 있는데 현황과 개선방안은 무엇인지요.
"7월 26일 성범죄자에 대한 인터넷 공개가 실시됐을 때 사이트(www.sexoffender.go.kr)가 한때 마비됐습니다. 지금도 하루 평균 11만명이 접속할 정도로 국민들의 관심이 대단합니다. 지금은 올해 1월 이후 아동ㆍ청소년 대상 성범죄자 중 법원에서 신상공개명령이 결정된 23명의 신상이 공개되는데, 앞으로는 과거 성범죄 사유로 경찰서에서 열람이 가능한 400여명에 대한 신상정보도 인터넷 열람이 가능할 것입니다. 다만, 소급적용 논란으로 이들의 신상공개에 대해 헌법소원이 진행되고 있어 다소 늦춰질 개연성도 있습니다. 정보 공개는 성범죄자와 그 가족에게 큰 충격이겠지만, 재발 방지에 실질적인 효과가 있습니다. 아울러 현재 시행 중인 전자발치 부착과 함께 성폭행범에 대한 약물치료법도 6월 말에 국회를 통과해 아동 성범죄 방지를 위한 보다 강력한 처벌 방안이 마련됐다고 봅니다."
_성인 대상 성폭력 범죄자에 대한 신상공개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는데요.
"올해 4월 성폭력처벌법이 통과돼 내년 1월부터 성인 대상 성범죄자의 신상정보도 공개됩니다. 내년부터는 이들의 신상도 국민들이 쉽게 볼 수 있도록 아동ㆍ청소년 성범죄자 알림 사이트에서 같이 공개하도록 주무 부처인 법무부와 협의를 마쳤습니다. 아울러 일부에서 스마트폰 탑재의 필요성도 거론되고 있는데, 개인 신상 정보인 만큼 법적인 검토를 통해 신중하게 접근하려고 합니다."
_정신질환 남편에게 피살된 베트남 결혼이주여성 사건 등으로 다문화가정 문제가 큰 사회적 논란이 됐는데요.
"여러 요인이 얽혀 있습니다만, 참으로 불행한 일이었습니다. 우리부는 물론, 정부 전체적으로 다문화가정 문제의 중요성을 잘 인식하고, 전방위적으로 대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먼저 잘못된 결혼중개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국제결혼당사자 신상정보의 서면 제공 의무화 등을 11월부터 시행하기로 했습니다. 아울러 법무부에서 이미 발표했습니다만, F-2 비자(혼인 비자) 발급이 불허된 사람의 경우 6개월간 비자 재신청을 금지하는 등 비자 발급 요건도 강화했습니다. 또 무분별한 결혼중개업자의 등장을 막기 위해 결혼중개업의 자본금 요건(최대 3억원)을 신설하고, 결혼당사자 간의 허위정보를 제공할 경우 형사처벌 규정을 신설할 예정입니다."
_국제결혼 비중이 높은 나라에 결혼이민관을 파견하는 방안도 검토 됐었는데요.
"올해 여러 사건이 터지면서 필요성이 제기 됐었습니다. 관련 부처와 협의해 올해 안에 먼저 베트남에 과장급 직원을 파견하기로 했습니다. 특히 결혼이주여성이 많은 베트남과는 건전한 국제결혼을 유도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불법 결혼중개에 대한 정보를 상호 교환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양해각서를 양국 간에 체결할 예정입니다. 앞으로는 베트남 이외에도 각국 수요를 감안해 결혼이민관 파견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_정부가 내년 서민희망 예산의 3대 과제 중 하나로 다문화가족 정착과 자립지원을 꼽았습니다. 여성가족부가 계획한 다문화 정책 방향은 무엇 입니까.
"결혼이주여성을 중심으로 다문화인이 빠르게 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이에 따라 이들이 우리 사회에 보다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일자리 창출 확대는 물론, 다문화 자녀에 대한 지원도 늘릴 예정입니다. 이를 위해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현 159개(정부 지원 기준)에서 200개로 확대해 보다 많은 이주여성들이 우리 사회적응 프로그램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아울러 센터에 가지 못하는 이주여성들을 위해 방문지도사를 현 2,240명에서 3,200명으로 확대해 찾아가는 서비스를 늘릴 계획입니다. 아울러 언어 소통 어려움으로 곤란을 겪는 다문화인을 위한 언어발달 지도사를 100명에서 200명으로 확대해 언어 소통으로 인한 불편을 줄이려고 합니다."
_여성 일자리 창출을 위한 대책은 어떤 것이 있나요.
"그간 여성부에서는 여성새로일하기센터를 통해 일자리를 늘려왔는데, 90% 이상이 중대형 도시에서 이뤄져 농촌에는 많은 혜택이 돌아가지 않았습니다. 때문에 내년부터 지역 특성을 살리는 마을 중심의 여성 공동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힘을 쏟을 예정입니다. 예컨대 한과를 잘 만드는 안동 권씨 집성촌의 경우 맛은 좋지만 이를 제대로 상품화하지 못했습니다. 우리부가 한과 제조를 일자리 사업으로 지정해 지역 젊은 여성을 40명 이상 모집해 한과 제조에서 포장, 운송 등에 대한 제반 컨설팅을 제공해 '닭실한과'로 브랜드화 한 것은 좋은 선례가 되고 있습니다."
_취임 초기부터 일과 가정을 양립하는 유연근무제(퍼플잡)에 역점 두었는데요.
"유연근무제는 이제 우리부 차원을 넘어 고용노동부와 행정안전부에서도 주요 정책으로 채택했습니다. 우리부에서는 현재 4명(남자 직원 한 명 포함)이 유연근무제를 택해 근무시간을 절반 정도로 줄여 일하고 있습니다. 임금은 절반만 받지만 가정을 돌보는 시간이 많아 앞으로 좋은 제도로 자리잡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와 함께 가족친화기업을 인증하는 제도를 도입했는데, 2008년 14개, 2009년 20개 기업이 인증을 받았습니다. 올해에는 9월말 현재 41곳이 인증을 신청했습니다. 기업들이 스스로 탄력근무제 등을 시행하도록 하고, 이런 기업에게는 정부 차원에서 조달청 물품 구매 시 가산점 부여 등을 통해 혜택을 주고 있어 인기가 높습니다. 앞으로는 법인세 감면 등의 다양한 방안도 강구할 계획입니다."
_군 가산점제도에 대한 논의가 다시 이뤄지고 있는데요. 여성가족부 입장은 무엇 입니까.
"취업 등에서 군대를 갔다 온 사람에게 가산점을 주는 제도는 1999년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을 받아 정책수단으로서의 적합성과 합리성을 상실한 제도입니다. 특히 정부 부처 간, 국회 내, 관련 단체 등 어느 곳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못해 소모적 논쟁을 유발하는 것입니다. 아울러 가산점이 합격 여부에 미치는 영향이 작다는 얘기도 있으나, 그렇더라도 가산점으로 인해 여전히 공직 임용 기회를 제한 받은 계층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여성과 장애인 단체에서 심히 우려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약 력
▦1950년 서울생 ▦경기여자고·미시시피여자대 식품영양학과·하버드대 보건대학원 이학박사 ▦숙명여대 가정대학 조교수·부교수 ▦서울대 생활과학대학 교수(휴직) ▦대한가정학회 회장, 한국영양학회 회장 ▦2009년 9월~여성가족부 장관
박기수기자 bless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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