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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석의 기우뚱한 균형] 카지노를 즐길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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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석의 기우뚱한 균형] 카지노를 즐길 권리

입력
2010.10.03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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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환은 엉뚱한 희생양이었다. 지난 인사청문회에서 총리 및 장관 후보 몇 명이 탈락했지만, '나쁜 놈'에 대한 분노는 사람들 마음 속에 시퍼렇게 살아 있었다. 그런 판에 신정환이 바보짓을 한 것이다. 그러나 그에게 쏟아진 분노와 질타는 엉뚱했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았다면, 그의 바보짓은 거의 개인적인 잘못이었는데!

2중 잣대에 희생양 된 신정환

물론 연예인도 공인이다. 공직에 나선 사람들이 전통적인 공인이라면, 연예인은 현대판 공인이다. 대중의 특별한 사랑과 언론의 각광을 받는 존재들이니까. 그러니 신정환도 조금은 공적인 희생양이 될 만했다. 방송에 출연하지 못할 정도로 도박에 빠졌으니. 그러나 방송에서만 퇴출되면 그만일 터인데, 언론과 여론은 지나치고도 엉뚱하게 그를 희생양으로 삼았다.

언론과 여론이 도박에 대해 들이대는 서로 다른 잣대를 보자. 카지노에서 돈을 많이 딴 사람은? '재수 좋은 사람'이다. 거꾸로 돈 많은 사람이 도박으로 큰돈을 잃으면? '일시적으로 재수 없었을' 뿐이다. 그와 달리 벌써 또 돈을 잃은 신정환은? '재수 없는' 루저! 사람들이 그런 루저를 꺼리는 이유가 있다. 왜? 모두가 자칫하면 루저가 되는 사회에서, 루저는 저주 받은 위험을 환기시키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그의 도박중독을 비난하는 여론은 지나치게 선정적이었고, 비열한 마녀사냥과 비슷했다. 정말 나쁜 놈과 부패한 놈을 향했어야 할 여론이 이미 '피를 흘리는' 불쌍한 희생물로 향했으니.

이 점에서 그는 변호를 받을 만하다. 특히 '도박'이란 말은 오늘날 매우 모호한 말이다. 과거의 불법적 노름은 오히려 다양한 방식의 합법적인 내기와 놀이에 의해 대체되고 흡수되었다. 골프에서 내기와 '접대'가 얼마나 성행하는지 골프를 치지 않는 사람들은 모른다. 엄격하게 따지면 주식투자도 투기적 도박이며, 부동산 투기도 그렇다.

일 년 세계 무역거래량과 맞먹는 돈이 단 하루에 국경을 넘어 흘러다니는 글로벌 금융경제는 그 자체로 거대한 투기장이다. 많은 나라들이 카지노를 사업으로 육성할 뿐 아니라, 글로벌 경제 자체가 변형된 카지노인 셈이다. 또 개인들이 외모에 투자하는 것도 도박적 내기의 성격을 가지며, 교육은 그보다 지독한 투기적 도박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처럼 투기적 내기의 확산을 인식하고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채, 언론과 여론은 도박만 희생양으로 삼는다.

오히려 보통 사람들도 선진국처럼 카지노에서 놀이를 할 권리를 누려야 한다. 사람들이 신정환처럼 외국 카지노에 가서 때때로 사고를 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부는 수도권에 외국인을 위한 카지노는 여러 곳 허가를 내주면서, 내국인을 위한 카지노는 한 곳도 허가하지 않고 있다. 내국인은 멀리 강원랜드에 가거나, 심지어 외국에 가야 한다. 국민을 바보로 여기는 행정 아닌가.

그렇다고 사람들이 도박을 하지 않느냐 하면 오히려 거꾸로 여러 가지 도박에 빠진다. 경마ㆍ경륜ㆍ경정, 그리고 준 카지노 시설인 성인오락실. 이들을 수도권에 허용하면서 카지노는 허용하지 않는 정책은 치졸하고 졸렬하다. 차라리 수도권에 내국인을 위한 카지노를 합법적으로 허용하라. 카지노가 오히려 깨끗하고 합법적이며, 통제할 수 있는 공간이다. 카지노가 도박을 부추길 거라는 걱정은, 그것을 대체하는 편법적 도박들이 범람하는 상황에서, 솔직하지도 않고 무력할 뿐이다.

중독 피하되 도박은 할 수 있게

도박할 권리는 가지되 중독은 피하는 일,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바로 그런 균형을 잡는 일이 중요하다. 삶은 이미 변형된 도박과 투기의 거대한 원형경기장이다. 그것을 단순히 비난하거나 무작정 피하는 게 능사는 아니다. 다만 자기 조절을 익히고 실천해야 한다. 큰 거 한 방을 노리고 삶을 사는 게 현명하지 않듯이, 따지고 보면 내기도 그렇다. 자신이 조절하고 절제하지 못하면, 오래 즐기는 내기를 할 수 없다.

김진석 인하대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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