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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란 장편 '복어' 출간/ 자살하려는 여자, 막으려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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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란 장편 '복어' 출간/ 자살하려는 여자, 막으려는 남자…

입력
2010.10.03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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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조경란(41)씨가 장편소설 (문학동네 발행)를 발표했다. 세계적 출판그룹인 블룸스베리에서 영어판이 나오는 등 9개 국에서 번역 출간돼 화제가 된 장편 이후 3년 만의 신작으로, 그의 다섯 번째 장편이다.

이번 소설의 핵심 주제는 죽음이다. 자살을 결심한 한국인 조각가 여성과 그녀를 다시 삶으로 이끌고자 하는 재일동포 건축가 남성이 주인공이다. 죽음을 매개로 만난 두 사람이 서로에게 끌리며 생의 의지를 회복해 간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사랑에 관한 소설이기도 있다.

조씨가 2001년 발표한 단편 '코끼리를 찾아서'와 산문집 (2003)에서 설핏 비쳤던 자살한 친할머니의 사연이 작가가 오래 가지고 있던 이 소설의 모티프다. "소설가로 등단할 무렵 할머니가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알게 됐어요. 죽음에 대한 깊은 고민의 시작이었지만 어린 나이에 소설로 풀어내기엔 벅찬 주제였습니다. 이번 소설을 쓰면서 오래 앓던 마음의 병을 치유 받은 듯한 느낌입니다." 그가 '작가의 말'에 이번 소설을 '나로서는 단 한 번밖에 쓸 수 없는 이야기'라고 표현한 것도 이런 개인사와 관계 있다. 그는 "이 소설을 끝으로 자살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는 그만 써도 될 것 같다"고도 했다.

소설은 모두 67개 장으로 구성됐다. 홀수장은 여주인공, 짝수장은 남자 주인공의 시선에서 각각 쓰여졌다. 두 사람 모두 자살한 가족이 있다. 여자에겐 자신이 태어나기도 전에 복어국을 끓여 마시고 자살한 할머니와, 그런 모친의 죽음을 목도한 뒤 평생 자살 충동에 시달리는 아버지가 있다. 남자는 형을 잃었다. 형의 생전 마지막 전화를 받고 그 시신을 맨처음 발견한 그는 형의 고통스러운 심사를 미처 헤아리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린다. 남자는 서울 출장 중 참석한 모임에서 우연히 여자를 만나 죽음의 기미를 감지한다. 여자가 자살을 하려고 일본에 가면서 둘의 만남은 이어진다. 여자는 할머니의 운명을 따르듯 복어집 주인에게 접근해 자살 방법을 도모하고, 남자는 그녀의 죽음을 막고자 필사적으로 만남을 거듭한다.

조씨는 지난해 넉 달 동안 일본 도쿄에 머물면서 이 소설 집필을 위한 취재를 했다. 일본 최대의 수산물 시장인 츠키지 시장과 도쿄의 골목 구석구석까지 세부적으로 묘사된 이 소설은 조씨의 성실성을 보여주는 한편, 도쿄를 단순한 이국적 풍경이 아닌 소설의 완벽한 미장센으로 삼는 성취를 보여준다. 작가의 장인적 면모는 "작품을 탈고한 뒤 다시 도쿄에 가서 작품 속 배경이 된 장소의 출입구 위치까지 확인하고 묘사가 정확한지 검토했다"는 말로도 확인된다.

조씨 특유의 단단한 문장과 더불어 정교한 구성도 이번 소설의 매력이다. 시간 순으로 배열되어 있지 않아 얼른 읽어내긴 쉽지 않지만, 손으로 만져질 듯 세밀하게 묘사된 주인공의 심리를 찬찬히 따라가다보면 조각이 많은 그림 퍼즐을 맞춰나가는 듯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가슴 속이 쓰고 싶은 이야기들로 가득하다"는 조씨는 "차기작으로 '한 남자의 이야기'를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내년 초엔 신변잡기가 아니라 특정한 주제에 맞춰 쓴 산문집을 출간할 계획이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사진=홍인기기자 hongi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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