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 급등세가 심상찮다. 지난주 수도권 전셋값은 0.14% 상승해 올 들어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서울 도심에서 전세를 구하지 못한 세입자들이 서울 외곽과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면서 전세난이 확산되고 있다. 집값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집을 사기보다는 전세로 눌러 살려는 사람들이 많은 데다 가을철 이사 수요가 겹친 탓이다. 더욱이 내년 아파트 입주물량이 올해보다 줄어들 전망이어서 전세난은 당분간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주무 부처인 국토해양부 정종환 장관은 "전세난이 심각한 수준은 아니며, 별도 대책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집 없는 서민들에겐 전세금 상승만큼 고통스러운 일도 없다. 비싼 집값을 감당 못해 세를 사는 것도 서러운데, 전세금 올려줄 돈이 모자라 변두리를 헤매야 하는 심정이 오죽하겠는가. 여당의 원내대표조차 "부동산 임대시장 불안으로 고통이 증가하고, 정부의 8ㆍ29 부동산대책 이후 임대시장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며 서민 주거안정 대책을 촉구하지 않았는가.
집은 생필품처럼 모자라면 수입하거나 정부 비축물량을 풀어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전세난이 심각해진 뒤에 대책을 내놓아봤자, 서민들의 피해와 고통을 되돌리긴 불가능하다. 따라서 우선 서민들에게 저리의 전세자금 공급을 확대하고, 중ㆍ장기적으로 수급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중ㆍ소형 중심의 장기 전세임대주택 공급을 늘리고 보금자리주택 물량도 상당수를 전세 임대로 전환하는 게 바람직하다. 주택임대차 계약을 갱신할 때 보증금 및 전ㆍ월세 인상률을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최근 전세난은 재개발 재건축에 따른 이주 수요와도 관계가 있다. 올해 재개발 등으로 멸실되는 전세용 주택은 4만9,000여 가구로, 전세 공급물량(2만3,000여 가구)의 두 배를 웃돈다. 전세 수급을 고려해 멸실주택과 이주시기를 조절하고, 이미 개발허가가 난 지역이라도 착공시기를 늦춰 멸실주택이 일시에 몰리지 않게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전세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 대책을 내놓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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