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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센카쿠 분쟁 패자는 중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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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센카쿠 분쟁 패자는 중국이다

입력
2010.10.03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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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불거진 중일 센카쿠(尖閣) 분쟁을 일본의 외교적인 패배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일본이 국내법에 따라 중국 어선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나포한 뒤 중국의 갖은 외교적인 압박 이후 선장의 처분을 보류하고 석방한 외형만 보면 그렇게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분쟁의 이해득실을 좀더 찬찬히 들여다보면 실제로 손해 본 것은 중국이라 해야 할 것이다.

주변국 위기감 키워 결속 유발

중국이 센카쿠 영유권을 대외에 선전하기 위해 결행한 중일 교류중지, 관광 자제, 나아가 대일수출 중단 압박 등은 "19세기 제국주의의 행태를 떠올리게 한다"는 지적이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일본은 물론 주변국에 새삼 중국을 새롭게 보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일본 외무성 북미과장, 총리 보좌관 등을 지낸 외교평론가 오카모토 유키오(岡本行夫)는 언론 기고에서 과거 리처드 아미티지 전 미 국무부장관의 말을 인용해 이렇게 지적했다. "미국이 중국문제에 개입하기 위해서는 먼저 일본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 관계가 강하지 않으면 중국은 미국과 일본을 단절시키려고 힘을 쏟을 것이고 미국과도 제대로 사귀려 들지 않을 것이다. 반대로 미일관계가 강고하다면 중국은 이를 포기하고 비로소 정면으로 미국과 사귀려 할 것이다."

이번 센카쿠 사태는 제1 시나리오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그는 "센카쿠 문제로 중국은 이 점을 가르쳐 주었고 일본 국민의 안전보장의식을 높여 주었다"며 "의도하지 않은 중국의 공헌에 감사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일본은 중국의 동중국해 전략을 우선 오키나와(沖繩), 대만, 필리핀으로 이어지는 섬들을 '제1열도선'으로 지정해 가스전 주변을 포함한 해역을 '내해(內海)화'하고 이어 일본 열도에서 사이판, 괌을 이어 인도네시아까지 이르는 '제2열도선' 내 서태평양 해역의 '외양(外洋)해군화'로 보고 있다.

필리핀, 베트남 등과 일상화한 남중국해의 긴장이 센카쿠 주변 동중국해에서도 시작되려고 한다는 위기의식이 적지 않다. 실제로 지난달 말 산케이(産經)신문 등의 여론조사에서 '중국을 신뢰할 수 있다'는 일본인은 7%에 불과했고 '중국이 일본의 안전을 위협한다'는 답이 70%를 넘었다.

센카쿠 사태에서 얻을 또 하나의 중요한 교훈은 이 같은 돌발적인 사건의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한 물밑 외교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가 하는 점이다. 이번 파문이 확산된 요인으로 중국 지도부와 인맥이 두텁지 못한 일본 민주당 정권의 조기대응 부실이 지적되고 있다.

민주당에서 친중파를 대표하는 인물로 그나마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전 간사장 정도가 꼽히지만 그는 이미 현 간 나오토(菅直人) 정권에 등을 돌린 사람이다. 뒤늦게 특사 모양새로 파견된 호소노 고지(細野豪志) 전 간사장 대리 역시 오자와계 인물이다. 그는 2006년 야당 시절의 민주당 오자와 대표와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설치한 '교류협의기구'의 일본측 창구였지만 30대 후반으로, 중일 외교를 물밑에서 책임지고 수습하기는 너무 젊다.

물밑 소통할 외교채널이 중요

최근 몇 년 사이 경제와 관광 교류 등을 통해 급속히 진전된 중일 관계를 과거로 되돌리기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센카쿠 사태의 재발을 막고 만일 재발하더라도 악화를 피하기 위해 일본도, 중국도 외교 채널 확보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달았을 것이다. 한국도 강 건너 불구경하듯 넘겨버려서는 안 될 대목이다.

김범수 도쿄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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