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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 아파트 화재 '예견된 사고'/ 火魔는 피트층에 숨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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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 아파트 화재 '예견된 사고'/ 火魔는 피트층에 숨어 있었다

입력
2010.10.03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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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해운대구 우동 우신골든스위트아파트 화재의 발화 지점으로 지목된 일명 피트(PIT)층을 무단 사용하는 사례가 다른 곳에서도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돼 또 다른 대형 사고가 우려된다.

피트층은 난방용 배관이나 하수도관 등 주민 생활과 건물 유지 등을 위해 설치한 구조물. 소방법 상‘층’으론 분류되지 않는다. 미관상 땅속에 매립하는게 일반적이지만, 최근 수년 사이에 새로 들어서거나 신축중인 주상복합 건물은 지상 위 층과 층 사이를 피트 층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상가 건물과 주민 입주 건물 간 구조가 달라 배관 등의 형태를 조절해야하는 필요성 탓이다.

이때문에 피트층은 시설 점검 외에는 외부인의 출입을 엄격히 제한하는 게 화재 예방과 보안 상 매우 중요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피트층의 용도를 무단 변경해 사용하는 건물들이 도처에 널려있다.

이번 화재도 피트층 내에 있는 미화원 탈의실의 누전으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탈의실에서 처음 발화했고, 이후 피트층에 쌓여 있던 생활쓰레기와 재활용품 등 가연성 물질이 화재를 급속히 확산시킨 원인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경찰이 1일 화재 발생 후 피트층을 현장 감식한 결과, 선풍기 2대와 진공청소기 2대, 바닥청소기 1대 등이 발견됐다.

문제는 이런 피트층의 무단 사용이 늘고 있는데도 관리감독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피트층 일부가 쓰레기 분류 작업실과 미화원 탈의실 등으로 쓰이면서 화재시 사고 위험성이 가중되고 있으나 관리에선 사각지대로 방치된 것이다.

수도권에서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 설계를 맡고 있는 건축사 서모(31)씨는 시공업체의 안이한 판단을 도마에 올렸다. 서씨는“시공업체 측이 상가와 아파트 외에 미화원 등을 위한 별도의 공간 마련을 기피하는 바람에 피트층이 멋대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라며 “유사한 화재를 막기 위해서라도 당국이 실태조사 후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근 아파트에서 미화원으로 일한 적이 있는 권모(64)씨는 “스티로폼을 깔고 컵라면을 끓여먹거나 낮잠을 자기도 한 피트층에서 불이 처음 났다고 생각하니 아찔하다”고 말했다.

부산=강성명기자 sm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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