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새로운 간판을 택했다. '지난 대선 때 잃어버린 600만 표를 되찾아오겠다'는 손학규 대표의 선거 구호가 당 저변에서 바람을 일으킨 것이다.
손 대표의 승리 요인은 우선 '호남이 아닌 수도권 출신 후보를 대표로 내세워야 전국정당의 길을 갈 수 있다'는 호소가 위력을 발휘한 데서 찾을 수 있다. 그는 3일 전당대회 연설에서도 "국민이 좋아하고 관심을 갖는 인물을 당 간판으로 내세워야 한다"며 간판 교체론을 강조했다.
손 대표는 당내 주요 주자들이 총출동한 진검 승부에서 승리함으로써 차기 대선을 향한 당내 레이스에서 한 발 앞서가게 됐다. 다만 당이 집단지도체제로 운영되는데다 비토 세력도 적지 않기 때문에 당 운영 과정에서 어려움도 예상된다.
손 대표는 이날 21.4%를 얻어 정동영(19.4%) 정세균 후보(18.4%)를 눌렀다. 후보 간 표 차이는 그리 크지 않았고, 손 대표의 득표율은 20%대 초반에 불과했다. 그러나 손 대표는 대의원 투표(70%) 당원 여론조사(30%)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하는 위력을 보여줬다.
손 대표는 이번 승리를 통해 2007년 한나라당 탈당 이후 그의 발목을 잡아왔던 야당 적통성 시비를 불식시킬 수 있게 됐다. '실천적 진보'를 강조했던 그는 내년 말까지 개혁∙진보∙중도세력과 함께 하는 '삼합론'을 바탕으로 당을 이끈 뒤 2012년 대선에 도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빅3 중 나머지 주자의 희비는 엇갈렸다. 지난해 전주 덕진 재보선 출마 갈등으로 탈당을 했다가 복당한 정동영 최고위원은 2위를 차지하면서 저력을 과시했다. 특히 비주류 '쇄신연대'를 이끌며 천정배 박주선 조배숙 후보를 모두 지도부에 입성시킴으로써 무시할 수 없는 당내 위상도 확인시켰다.
반면 직전 대표인 정세균 최고위원은 정치적 상처를 입게 됐다. 대의원 투표에선 2위를 했으나 당원 여론조사에서 빅2 후보에 한참 뒤진 결과는 그의 정치 행보에 부담으로 작용하게 됐다.
중하위권에선 '깜짝 스타'가 된 이인영 최고위원(4위)과 6위로 밀려난 박주선 최고위원의 몰락이 대조적이었다.
당 지도부에는 손 대표와 크게 대립각을 세우지 않았던 정세균 이인영 최고위원과 비주류 최고위원 4명이 고루 포진했다. 여기에 박지원 원내대표와 영남권 지명직 최고위원이 가세하면 당 운영 방향을 두고 때로는 진보 대 중도, 때로는 신주류 대 비주류 등으로 합종연횡 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한편 손 대표는 민주화 운동을 하다가 영국에서 유학한 뒤 서강대 교수가 됐다. 1993년 경기 광명 재보선에서 신한국당 후보로 출마해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뒤 보건복지부 장관, 경기지사를 지냈다. 2007년 대선 때 한나라당을 탈당해 민주당 전신인 대통합민주신당에 입당했으나 대선후보 경선에서 패배했다. 이후 통합민주당 대표로 2008년 18대 총선을 지휘했으며, 지난 2년 동안 강원 춘천에서 칩거해왔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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