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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어려운 경기 예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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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어려운 경기 예측

입력
2010.10.03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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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날씨가 변덕을 부려 기상청의 예보가 안 맞고 사람들이 큰 불편을 겪은 적이 있다. 기상청에 많은 보수를 주는 외국인 전문가를 초빙하기도 했으나 아직도 예측의 오차는 종종 발견되고 그 결과 기상청은 비난의 대상이 되곤 한다. 그런데 기상청의 기상 정보를 예측하는 업무 이상으로 어려운 것이 경기 예측이라고 생각된다.

통계 분석만으론 어림도 없어

기상 예측하는 기술을 직접 배우지는 않았으나 대략 어떤 방식을 사용할지는 가늠할 수 있다. 기상 예측을 위해서는 최근 주변 지역의 기상도를 보고 시간이 경과하면서 기상 조건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를 추정할 것 같다. 만일 지금 비구름이 한반도 근처에 모이고 있다면 바람의 방향과 세기를 측정하여 그 비구름들이 언제 우리나라에 도달할 것인가를 추정하고 비구름이 담고 있는 습기의 양으로부터 강수량을 예측할 것이다.

경기 예측에서도 유사한 방법을 사용하게 된다. 지금 경제주체들이 어느 정도 소득을 올리고 있고 부채는 얼마나 있는지가 앞으로 그들이 얼마의 소비를 하고 또 투자를 할지를 예측하는 데 필수적인 정보가 된다. 우리나라와 같이 수출에 의존하는 경제에서는 해외 부문에서의 경기가 어떤지가 경기의 움직임에 또한 중요한 영향을 주게 된다.

그러나 경기 예측에서는 기상 예측과 다른 매우 중요한 요소가 존재한다. 무엇보다도 내일의 날씨는 기상청이 정책을 사용하여 변화시킬 수 없으므로 기상 예보는 외부 조건들의 변화를 통계적으로 추정하여 이루어지지만 경기 변동은 주어진 경기 상황에 대해 정책 당국이 어떤 대책을 마련하느냐에 따라 충분히 다른 식으로 실현될 수 있다.

또한 주어진 예측과 정책당국의 정책에 대해 경제주체들이 어떻게 반응을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정책당국이 집값의 급격한 하락을 막기 위해 금리를 낮게 유지하고 있는데 경제주체들이 정책당국이 우려하는 바를 알아차리고 오히려 집을 사려 하지 않는다면 정책당국이 가장 우려하는 집값의 하락은 결국 일어나게 될 것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기상 예측과 달리 경기 예측은 통계적인 분석으로만 수행될 수 없다는 것이다. 통계적인 기법이란 다시 말하면 과거의 역사를 보고 그와 유사한 형태로 미래가 진행되리라고 가정하는 데서 출발한다. 그러나 경기예측에서는 방금 살펴본 대로 미래는 과거와 달라야 할 이유가 많다.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를 헤쳐 나오면서 많은 사람들이 1930년대의 대공황 당시 역사를 자주 인용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물론 당시의 잘잘못으로부터 배우는 것은 좋으나 현재의 경제는 그 당시와 비교해 너무 많은 차이점이 있다. 우선 그 당시에 비해 일반 경제주체들이 가지고 있는 정보의 양이 무척 많고 또 그들이 사용할 수 있는 금융기법의 효과가 엄청나다.

요즈음 어느 정도 금융지식을 가진 투자자가 인터넷에서 모을 수 있는 정보량은 대공황 당시 미국의 중앙은행이 가지고 있던 정보의 양보다 크게 모자라지 않을 것이다. 얼마 전 큰 문제가 되었던 미네르바의 경우 인터넷 상의 정보로부터 상당히 신빙성이 있어 보이는 주장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또한 금융기관들은 여러 복잡한 금융상품을 금융혁신이라는 이름 아래 많이 만들어 내고 개인들이 그런 상품들을 거래할 수 있는데, 이들은 과거 금융시장에서 사용되던 기법은 어린애 장난감 같이 보이게 하는 효과를 가진 것들이다.

모든 정보 입체적 분석이 필수

이러한 현대 경제의 차이점을 인식한다면 과거 대공황의 교훈에만 의존하여 지금의 경제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일이다. 특히 대공황 당시에 양적 완화정책을 적극적으로 사용하지 않아 더블 딥이 발생하였다는 경험 때문에 경제당국이 계속 팽창정책을 사용한다면 재정적자의 누적을 가져와 다음 번 문제가 발생할 때에는 정부조차 어쩔 도리가 없는 상황이 벌어 질 수도 있다. 현재 주어진 상황, 경제주체들이 가지고 있는 정보와 그들이 가지고 있는 수단에 대한 입체적인 분석이 경제정책 수립에 보다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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