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한 여성이라는 이유로 종중 재산을 분배할 때 차별당하는 것은 양성평등에 어긋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이홍훈 대법관)는 여성 종중원 3명이 A종중회를 상대로 낸 분배금 지급 소송에서 “남성에 비해 여성에게 현저하게 재산을 차등지급한 이사회 결의는 무효”라고 3일 밝혔다.
비록 원고들은 소 제기 당시 쟁점으로 삼은 종중 총회 내용에 대해선 차별로 보기 어려워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이 확정됐지만, 재산 분배 기준을 구체적으로 정한 이사회에 대해 대법원이 따로 무효로 판단함에 따라 새 이사회 결의를 통해 권리를 구제받을 수 있게 됐다.
재판부는 “단순히 남녀 성별의 구분에 따라 차이를 두는 것은 양성평등을 기초로 해 가족생활을 보장하는 법질서에 부합하지 않은 것으로 무효”라고 밝혔다. 이어 “총회로부터 구체적 분배기준을 정하도록 위임 받은 이사회가 남자 종원은 혼인 여부에 관계없이 세대주이면 비세대주 종원에 비해 많은 금액을 분배 받을 수 있도록 하면서도 여자 종원은 비세대주 종원으로서만 분배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은 성별에 따라 차별을 둔 것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남성)세대주와 비세대주 종원 사이에 분배금에 2배 이상 차이를 두면서도 세대주의 세대원들인 미성년 후손, 배우자들에게도 다시 별도 분배금을 지급하도록 한 것도 합리적 근거가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그러나 “125명의 독립세대주에게는 50억원, 172명의 비세대주 종원과 여자 종원에게는 40억원을 지급하기로 한 총회 결의는 불공정하다고 볼 여지도 있지만, 성본을 같이하는 미성년 후손들 대부분이 세대주에 편입돼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합리적 범위”라고 판단했다.
A종중은 2005년 토지가 수용돼 보상금을 받자 총회 의결을 통해 독립세대주에겐 50억원, 20세 이상 비세대주와 20세 이상 딸들에게는 40억원을 준다고 결의했다. 이를 바탕으로 이사회는 남성 세대주에겐 3,800만원, 비세대주와 결혼한 여성에겐 1,500만원을 지급하기로 결의했다. 이에 여성 종중원들은 소송을 냈고, 원심은 “남녀평등의 관점에서 바람직하다고 단정할 수 없으나, 다른 종중원과 결혼해 타 종중의 후손을 낳게 된 세대를 차등한 것은 부계 혈족을 중심으로 구성된 종중의 특성상 합리적 범위”라고 판단했다.
권지윤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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