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자문기구인 국가과학기술위원회(국과위)를 상설 행정위원회로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핵심을 바로 건드리지 못하고 문제를 에둘러 해결하려는 결정으로 보인다. 결론부터 말하면 군색하게 이런 형태의 상설위원회를 만드는 것보다 종전의 과학기술부를 부활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다.
정부가 국과위를 (비상설)자문기구에서 (상설)행정위원회로 격상하려는 것은 교육과학기술부가 사실상 교육 분야의 일(제1차관 소관)에 매몰돼 과학기술 분야의 일(제2차관 소관)에 소극적이었다는 지적 때문이다. 특히 지난 6월 나로호 2차 발사가 실패로 끝난 뒤 교과부가 이에 효율적으로 대응하지 못하자 과기부를 부활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해 있었다.
과기부는 1998년 종전의 과학기술처가 승격돼 만들어졌고, 그 중요성을 인식해 조직의 우두머리를 부총리급으로 승격했다. 그러나 현 정부 출범과 함께 '작은 정부'를 지향한다는 명분 아래 과기부를 교육부에 합치면서 실질적 책임자가 부총리급에서 차관급으로 떨어져 버렸다. 그러니 과학기술에 대한 연구개발(R&D)은 예산 배분에서부터 뒷전으로 밀리지 않을 수 없었고, 부처간의 사업 협력에서도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없었다.
이런 문제점들을 해소하겠다며 정부는 자문위를 행정위로 승격시키고 장관급 부위원장과 차관급 상임위원 2명을 두겠다고 밝혔다. 또 20여명 수준인 자문위원 대신 120명 정도의 전문가로 조직을 확대하겠다고 한다. 행정위가 하는 일은 예산과 정책의 컨트롤 타워 역할이며 교과부는 기존 업무를 계속 할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행정위가 출범할 경우 필요한 전문가들 대부분은 교과부 제2차관 산하 조직에서 충원될 터인데 그렇게 되면 현재의 교과부에서 과학기술 관련 부서는 더욱 부실해질 게 뻔하다. 이런 딜레마는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정하면서도 정권 초기에 내건 '작은 정부'의 덫에서 헤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금 정부가 구상하는 상설행정위의 역할과 교과부의 제2차관 산하 조직을 묶어 제대로 된 부서를 만드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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