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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밈' 인간의 자아는 없다, 밈 복제의 기계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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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밈' 인간의 자아는 없다, 밈 복제의 기계일 뿐…

입력
2010.10.01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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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전 블랙모어 지음ㆍ김명남 옮김

바다출판사 발행ㆍ464쪽ㆍ1만5,000원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의 (1976)는 인간은 유전자에 의해 창조된 기계에 불과하다는 도발적인 주장으로 파란을 일으킨 책이다. 이 책에서 그는 문화의 진화를 이끈 새로운 복제자로 ‘(meme)’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은 ‘모방’을 뜻하는 그리스어 ‘미메메(mimeme)’를 생물학적 유전자 ‘진(gene)’에 상응하는 개념으로 변형시킨 말이다. 은 모방을 통해 전달된다. 유전자와 마찬가지로 은 인간을 도구 삼아 문화를 창조하는 복제자다.

영국 심리학자 수전 블랙모어의 은 도킨스의 가설을 더 멀리 끌고 나간다. “우리의 자아는 귀중한 영혼이 아니라 들의 집합일 뿐”이고, “인간과 다른 동물종들을 구별짓는 것은 지능이 아니라 우리의 모방 능력”이며, 인간은 ‘ 머신’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우리의 마음과 자아는 들의 상호작용으로 탄생한 것이고, 따라서 본래 자유의지나 자아가 있다는 생각은 망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인류 역사에서 첫번째 복제자는 유전자다. 은 두 번째 복제자로, 250만년 전쯤 전 우리가 서로 모방하기 시작한 순간 탄생했다. 은 모방을 통해 끊임없이 복제되면서 세력을 키워간다. 인간이 큰 뇌를 갖게 된 것이나 언어의 발달도 이 조종한 결과다. 새 을 더 잘 퍼뜨리기 위해 이 유전자에게 자연선택의 압력을 가했고, 과 유전자가 이렇게 공진화한 결과 인간이 큰 뇌와 언어를 지닌 특이한 존재가 됐다는 것이다. 이론에 따르면 문화는 인간이 발전시킨 것이 아니다. 오로지 이 자신을 위해서 인간을 도구 삼아 끊임없이 전파, 확산되면서 지금의 문화가 만들어졌을 뿐이다. 인간 문화의 창조적 업적은 모두 진화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이 책은 현대의 성적 행위를 이끌어가는 것도 이라고 주장한다. 섹스는 을 마음껏 확산하고 통제하고 조작하게 해주는 기회라는 것이다. 인간의 이타적 행동도 으로 설명한다. 은 무심하고 이기적이지만, 이타적인 사람은 인기가 있어서 남들에게 많이 모방되기 때문에 결국 그의 이 다른 사람의 보다 더 멀리 퍼진다는 것이다.

이 책의 원서는 월드와이드웹 초창기인 1999년 나왔다. 따라서 인터넷과 소셜 네트워크를 통한 수평적 모방이 대유행하는 요즘 현실은 이 책에 나오지 않는다. 저자 블랙모어는 최근 웹과 네트워크가 지배하는 세상의 새로운 에 관심을 쏟고 있다. 유전자, 에 이은 이 제 3의 복제자를 그는 ‘기술적인 ’이라는 뜻에서 ‘팀(temeㆍ technological meme)’이라고 부른다. 지난 8월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그는 인간이 ‘ 머신’에서 ‘팀 머신’으로 바뀔 가능성을 언급했다. 인터넷을 인간이 설계했으니 인간이 주인인 것 같지만, 실은 기술적 알고리즘이 자기복제와 확산을 거듭하며 인간을 조종하는 것은 아닐까, 라고 묻고 있다. 그의 다음 책은 아마도 ‘팀 이론’에 관한 것이 아닐까 싶다.

자아는 망상일 뿐이고 자유의지라는 것은 없으며, 이 인간을 도구로 자기를 복제하고 확산할 뿐이라는 이런 주장은 인간의 본성에 대한 오래된 믿음들을 마구 뒤흔든다. 이론은 아직까지 논쟁의 와중에 있는 가설이다. 저자는 독자들이 이 책을 읽고 인간의 본성에 대한 생각을 바꾸게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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