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테의 ‘파우스트’를 악마의 시선으로 본다. 국립오페라단이 이탈리아 본토 음악인들과 만드는 오페라 ‘메피스토펠레’는 성악설의 오페라다. 이번 무대는 ‘파우스트’와 ‘파우스트의 겁벌’, ‘천국과 지옥’ 등 이 오페라단이 내년에 선보일 일련의 느와르 오페라를 예고하는 신호탄이기도 하다.
원작자 괴테의 사상을 음악적으로 응축한 것으로 평가되는 19세기 이탈리아 작곡가 아리고 보이토의 오페라다. 방대한 규모와 난해한 인물들의 등장으로 세계 오페라계에서도 기피되고 있는 이 작품이 한국에서 상연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보이토가 26세에 대본과 작곡 작업을 마친 이 작품은 그의 유일한 오페라이기도 하다. 보이토 생전에 이 작품은 주목받지 못했다. 베르디와 바그너라는 당대 거장의 그늘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중세 독일과 고대 그리스를 배경으로 하는 이 오페라는 괴테의 작품을 텍스트로 해 구노의 오페라 ‘파우스트’와 내용적으로 대비를 이뤄, 비교 감상의 욕망도 자극한다. 축약본의 성격이 강한 구노의 작품에 비해 보이토는 인간의 욕망과 갈등, 실수와 후회 등 괴테가 남긴 사상적, 정서적 궤적에 무게를 둔다. 이 작품이 19세기 오페라의 걸작으로 평가받는 이유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에서 100명이 넘는 합창단이 등장, 천상계와 지상계의 갈등을 형상화하는 ‘천상의 서곡’ 대목은 압권을 이룰 것으로 기대된다.
2005년 이후 여러 국내 오페라 작품의 지휘를 해 온 이탈리아의 오타비오 마리노가 지휘봉을 잡고, 토리노 바레테극장의 예술감독인 다비데 리베르모어가 연출을 맡는다.연주는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나라오페라합창단 등 3개 합창단이 협연한다.
악마 메피스토펠레 역은 베이스 프란체스코 다르테냐가 맡고 파우스트 역은 테너 박성규, 시골 소녀 마르게리타 역은 소프라노 임새경 등 이탈리아에서 활동 중인 한국 성악가들이 협연한다. 10월 20, 22, 23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02)586-5282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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