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유문화사 정진숙, 일조각 한만년, 현암사 조상원. 작고한 1세대 출판인들이다. 한국출판과 문화 발전에 크게 이바지한 주역들이다. 그러나 이들의 업적과 자취는 학문적 연구는 커녕 육성조차 정리돼 있지 않다.
최근 열린책들 홍지웅 대표의 출판 인생을 다룬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받은 출판인 홍영완(윌북 대표)씨는 안타깝다고 했다. 이 논문 말고 한국 출판인을 다룬 기존 논문은 1992년 나온, 일제강점기 출판사 신문관을 운영한 육당 최남선 연구가 유일하다고 한다. 해방 후 활동한 수많은 출판인들이 합당한 평가를 받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난 것이다. 그는 “출판인 연구가 이처럼 적은 것은 출판을 사업으로, 출판인을 사업가로만 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며 그러나 “비록 호구지책이나 생계를 위해 출판에 뛰어든다 해도 그 결과로 나온 출판물의 문화적 가치와 거기에 깃든 출판인의 노고는 제대로 평가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아무리 좋은 원고도 좋은 편집자를 만나지 못하면 반듯한 책이 되어 나오기 힘들다. 훌륭한 편집자는 좋은 작가를 발굴하고 독자에게 알려 문화적 토양을 기름지게 한다. 우리가 책에서 얻는 지혜와 정보는 출판인의 혜안과 감각에 빚을 지고 있다.
스마트폰 열풍과 전자책 파도 속에서 종이책의 운명을 비관하는 사람들도, 출판사는 사라질지언정 편집자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시대 변화에 따라 출판인의 역할과 개념도 달라지겠지만, 종이책이 됐든 전자책이 됐든 콘텐츠를 다루는 편집의 힘은 정보 홍수 시대를 익사하지 않고 서핑하게 해주는 강력한 조력자임에 틀림없다. 우리는 이들을 좀더 적극적으로 격려하고 인정해줘야 할 것이다.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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