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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글로벌 위험사회' 글로벌 리스크 해법, 세계시민주의가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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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글로벌 위험사회' 글로벌 리스크 해법, 세계시민주의가 답이다

입력
2010.10.01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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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리히 벡 지음ㆍ박미애 이진우 옮김

길 발행ㆍ472쪽ㆍ3만원

독일 사회학자 울리히 벡(66)은 1986년 출간한 에서 현대사회의 특성을 ‘위험’이라는 용어로 파악했다. 여기서 위험은 천재지변 같은 요소가 아니라 기후변화 등 현대문명의 부작용을 가리킨다. 과학과 기술이 발달할수록 위험이 줄어들 줄 알았는데, 실은 그 반대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궁핍은 계급적이지만, 스모그는 민주적이다”라는 이 책의 유명한 경구처럼, 이제 위험은 누구도 피할 수 없는 것이 되었고, 우리는 ‘글로벌 위험 공동체’의 구성원이 됐다는 그의 분석은 현대사회를 설명하는 유용한 틀이 되고 있다. 그는 안전이 자유나 평등보다 중요한 최고의 가치가 되고, 불안을 부추겨 돈을 버는 ‘불안경제’가 팽창하는 것도 현대가 위험사회이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울리히 벡이 2007년 발표한 는 21년 전 그가 제시했던 위험사회의 개념이 더욱 글로벌화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이에 맞설 힘으로서 세계시민주의의 가능성을 지지한다. 최근의 세계금융위기가 여실히 보여주듯 이제 위험은 국경을 뛰어넘는 세계적 현상이며, 따라서 이런 문제들은 더 이상 국민국가의 틀 안에서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이다. 기후변화, 테러 등도 마찬가지다.

이 책에서 그는 리스크와 재앙을 구분한다. ‘이미 닥친’ 재앙과 달리, 리스크는 ‘가능성으로서 우리 앞에 있는, 우리를 위협하는 미래의 사건’이다. 이 ‘상존하는 위협’은 재앙을 피하려는 행위로 이어져 “세상을 바꾸는 정치적 힘이 된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재앙이 어떻게 현실적인 힘이 되는지 설명하기 위해 그는 ‘현실 연출’이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그에 따르면 “글로벌 리스크는 글로벌 리스크의 현실 연출이다.” 예컨대 테러의 공포는 테러 행위의 실제 결과보다 언론 보도나 정치적 선전 등 일련의 연출을 통해 더욱 널리 퍼지고 힘을 얻는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지배관계가 발생한다. 무엇이 위험인지 결정하고, 미래의 위험을 연출하는 것은 선진국이지만, 그 결과는 또다른 불평등이다. 선진국이 일으킨 지구온난화 현상에 가난한 나라가 더 고통을 받고, 테러와의 전쟁을 빌미로 이민을 규제하고 자유권을 제한하는 조치가 사회적 약자를 억압하는 현상은 ‘리스크 승자’와 ‘리스크 패자’가 갈리는 양극화를 보여준다.

이 책은 세계화 시대의 글로벌 리스크로 생태ㆍ경제ㆍ테러리즘을 분석하고, 이러한 위험에 맞설 수 있는 힘으로 세계시민주의에 주목한다. 오늘날 글로벌 리스크는 모든 인류를 평등하게 위협하기 때문에, 이에 대응하는 방법 또한 국가간 상호의존성과 배려에 기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글로벌 리스크는 리스크의 정의와 생산, 분배에서 새로운 불평등과 양극화를 초래하지만, 동시에 인류 공통의 위협에 대응하는 정치적 윤리적 성찰로서 세계시민주의를 발전시킬 계기이기도 하다고 벡은 주장한다.

그는 세계시민주의가 구두선에 그치지 않고 현실적 대안으로서 성공하려면, 글로벌 리스크의 최대 희생자가 되는 지구의 소외집단들이 더 많은 발언권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각국 정부가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도록, 세계 여론은 계몽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결국 문제는 정치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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