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공직자들의 민간 유관업체 재취업을 제한하는 법규정이 여전히 고무줄처럼 운영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공직자의 엄정한 기강 확립과 민관유착 방지를 위해 만든 법과 규정이 거의 사문화되고 있다는 얘기다. 해마다 지적되는 이런 사항이 전혀 개선되지 않고 반복되는 것은 공직사회의 도덕적 해이, 공직자윤리위의 형식적 업무처리, 국회의 태만과 방관이 잘 어울려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유명무실하게 제도를 운영하는 것이야말로 '공정사회의 적'임을 잘 깨달아야 한다.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6월부터 올 5월까지 퇴직해 공직자 윤리위에 취업승인을 요청한 고위공직자 169명 가운데 정부가 관련 자료를 내놓은 130명 중 44명(34%)이 퇴직 전 수행한 직무와 연관성이 큰 민간기업에 재취업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구나 위원회는 이 기간 중 13명에 대해서만 취업제한 결정을 내렸고 나머지 156명은 취업을 승인했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재산등록 의무가 있는 공직자가 퇴직 후 2년 내 자본금 50억원 이상의 민간기업에 취업할 경우 위원회의 승인을 받도록 했다. 문제는 퇴직 공직자들이 이런 형식적 절차를 거쳤지만, 위원회가 법규정의 취지를 뒤엎는 관대한 결정을 남발했다는 점이다. 참여연대가 대표적 사례로 꼽은 경찰청 경비국장의 인터넷 보안업체 사장 취업, 공정거래위원장의 수상한 처신, 금융정보분석원장의 증권 유관회사 사장 취업 등은 누가 봐도 부적절하다.
우리는 일전에 로펌(법률회사)이 공직자들의 안식처가 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대부분의 로펌은 자본금 50억원 이하여서 취업이 가능한 점을 이용해 연 5억~8억원의 자문료를 챙기며 로비스트로 활동하는 인사들이 많다. 공직자윤리법이 이런 사각지대까지 챙기도록 그물을 촘촘히 짜야 하겠지만 우선은 있는 규정을 엄격히 적용하는 게 중요하다. 행정안전부는 참여연대의 주장이 사실관계를 오해한 것이라고 강변하지만 잣대가 엄정했는지 먼저 돌아봐야 한다. 국회도 법규정과 현실과의 괴리가 없는지 잘 따져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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