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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언더커버 리포트' 불편한 진실들, 40년 암행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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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언더커버 리포트' 불편한 진실들, 40년 암행취재

입력
2010.10.01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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귄터 발라프 지음ㆍ황현숙 지음

프로네시스 발행ㆍ392쪽ㆍ1만6,000원

영화를 좀 본 사람들이라면 이 책 제목을 보고 비밀경찰을 떠올리지 모르겠다. 갱단에 조직원으로 들어간 경찰과, 두목을 위해 경찰이 된 폭력배의 엇갈린 사연을 다룬 홍콩영화 ‘무간도’ 시리즈를 본 독자라면 더더욱 언더커버(undercover)라는 단어가 지닌 음습함을 떨쳐내지 못할 듯하다. 사장이 작업 현장에 잠입해 직원들의 노동 실태를 살펴보는 과정을 담았던 어느 TV 프로그램을 떠올릴 수도 있다. 그러나 과정은 비슷할지 모르겠지만 이 책을 쓴 저자의 잠입 목적은 다르다. 수사도, 정보 획득도, 민심 탐방도 아닌 현장 체험 취재다.

책은 제목이 암시하듯 어느 한 사내의 잠입 취재기를 담았다. 사내의 이름은 귄터 발라프. 올해 68세로 고희를 목전에 둔 이 독일 남자는 부조리한 사회 현장에 몰래 들어가 그 이면의 불편한 진실을 체득해 폭로한다. 는 발라프가 때론 흑인이 되고, 때론 노숙자가 되어 온몸으로 써내려간 독일 사회, 나아가 세계 자본주의의 모순에 대한 일종의 암행 르포집이다.

첫 장 ‘피부색이 달라서 죄송합니다’부터 예사롭지 않다. 발라프는 특수분장사의 도움으로 흑인으로 변신해 독일사회의 인종적 편견을 고발한다. 곱슬 가발을 쓰고 얼굴을 검게 칠했을 뿐인데 그는 어딜 가나 불청객이다. 시계가계에서 손목시계를 들여다보자 점원은 혹시나 도난 당할까 봐 시계를 움켜쥔다.

노숙자 편, 텔레마케팅 편은 자본주의의 깊고 짙은 그림자를 드리워 보여준다. 발라프는 경쟁사회의 밑바닥에서 고군분투하는 노숙자들의 모습을 비추며 허울좋은 독일의 사회보장제도를 비판하고, 보이스피싱이나 다름없는 텔레마케팅의 모습을 고발하며 탐욕스런 자본의 이면을 까발린다.

독서 뒤엔 통쾌함을 느껴야 마땅하겠지만 발라프가 책에 남긴 후기는 우리의 마음을 울적하게 한다. “40여년 전에… 다수의 사람들이 더욱 인간적이고 더욱 정의로운 방향으로 진보하는 세상이 올 것을 기대했다… 그에 대한 회의가 점점 커지는 건 사실이다. 우리는 지난 몇 년간 너무 많은 후퇴를 경험했다.” 40년 동안 잠행 취재로 독일 사회의 어둠을 까발리며 명성을 쌓아온 발라프가 던지는 말이기에 그 공명은 꽤 오래간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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