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일 영토분쟁을 보는 우리나라의 입장은 중립적이다. 우리가 두 나라의 영유권 갈등에 직접 개입할 여지는 없다. 따라서 사건의 근원보다는 전개 양상과 한반도에 미칠 영향에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지난달 7일 일본 오키나와현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열도에서 일본 해상보안청 순시선이 중국 어선을 나포한 사건을 계기로 중일 영토 분쟁은 외교적 힘겨루기로 전개되었다. 중국은 외교 수단뿐 아니라 수출입 통제 등 경제적 수단까지 동원한 전방위 공세를 폈고, 결국 일본이 항복하면서 마무리 수순으로 접어들었다.
사태 배경은 미국의 중국 견제
국내외 많은 언론은 이번 사건의 전개 과정에서 나타난 중국의 슈퍼 파워에 초점을 맞춰 보도하였다. 전문가들도 향후 주변국에 대한 중국의 위협과 대비책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중국이 전세계 생산량의 97%를 점유하고 있는 희귀금속 희토류(稀土類)를 자원 무기화 한 점에 주목해 대중국 경제 의존도가 날로 커져가고 있는 우리 경제의 대비책을 역설하고 있다.
이번 분쟁에서 또 하나 우려되는 점은 중국의 위력에 굴복한 일본에서 보수세력이 강화되고 민족주의 정서가 고조되면서 독도 문제로 불똥이 튀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이에 대해서는 독도는 우리가 실효적으로 지배하는 영역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국제 분쟁지역으로 만들려는 일본의 전략에 말려들지 않도록 차분하면서도 단호한 대응 태세를 유지해야 할 것이다.
주권국가 사이의 영토 분쟁에서 현재 그 지역을 점유하고 있는 국가는 갈등을 피하려고 하고, 빼앗겼다고 생각하는 나라는 갈등을 확대하려는 전략을 취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번 중일 영토분쟁은 실효적 지배 위치에 있는 일본이 중국 어선을 나포해 그 지역을 빼앗겼다고 생각하는 나라를 자극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더욱 주목하고 고민해야 할 것은 이번 사태의 근원에는 미중 갈등이 깔려있다는 점이다. 중국이 댜오위다오(釣魚島)로 부르는 센카쿠 열도가 있는 동중국해는 청일전쟁 전까지만 해도 중국의 영역이었다. 중국이 청일전쟁에서 패전한 뒤 오키나와에서 대만에 이르는 해역과 도서(島嶼) 전체가 일본의 수중에 넘어갔다. 그 후 일본이 태평양전쟁에서 패했지만 미국의 개입으로 중국에 온전히 반환되지 못했다. 지금 일본이 실효지배하고 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그래서 이 지역의 영유권 분쟁은 외견상 중일 간의 영토 다툼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중미 간의 힘겨루기 게임의 성격이 짙다.
미국은 오래 전부터 중국의 아시아ㆍ태평양 해역 진출과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기 위한 전략을 추구해왔다. 오키나와 미 해병대 기지 이전을 둘러싼 일본 정부와의 갈등도 이런 대중국 견제 전략과 밀접히 연관돼 있다. 미국은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중국과 필리핀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아세안(ASEAN) 국가들이 다투는 남중국해 문제에도 개입하면서 중국과 갈등을 빚어왔다.
신냉전 체제에 대비해야
문제는 미국과 일본이 한편이 되어 중국과 맞서 긴장이 고조되면 우리 안보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전략적 선택의 폭이 좁아질 것이라는 점이다. 미국과 일본이 적극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한국이 공조하는 양상이 구조화하면, 신냉전구도가 형성돼 한중 관계가 악화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한중 갈등이 첨예화하면 북핵6자회담의 진전을 기대하기 어렵고 북한 핵 문제 해결도 더욱 지연될 것이다. 한국으로서는 강대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의 위협도 문제이지만, 중국과 미ㆍ일 사이의 갈등이 고조되면서 발생하는 안보 불확실성과 그 부정적 파장을 더욱 우려할 수밖에 없다. 요동치는 동아시아의 세력균형 게임에 지혜롭게 대비하는 국가 전략을 가다듬어야 한다.
강승호 인천발전연구원 동북아·물류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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