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짜생태학 / 브라이언 클레그 지음
“시름에 잠겨 북극곰의 사진을 보느니 차라리 맥도널드 방식으로 환경 운동을 하라.” 자연과학자 출신으로 기업에서 창의력 컨설팅을 하고 있는 미국인 브라이언 클레그는 에서 이렇게 말한다. 환경 문제에서 필요한 것은 감정적인 시선이 아니라 철저히 논리적이고 경제적인 태도라는 뜻이다.
저자는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나무 심기 캠페인이 실제로는 별 효과가 없다고 지적한다. 나무의 탄소 흡수 속도는 너무 느려 탄소 배출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으므로 차라리 탄소를 포획하는 신기술 개발에 집중하는 편이 낫다는 것이다. 또 우리가 1년간 먹는 농약의 양보다 커피 한 잔에 들어있는 발암물질이 많은데 굳이 유기농 식품에 매달릴 필요도 없다고 주장한다. 기존의 환경보호 방식을 맹신하지 말고 무엇이 진정으로 도움이 되는지를 냉정하게 따져보자는 이야기다. 원제는 생태(eco)와 논리(logic)를 결합한 ‘Ecologic’. 김승욱 옮김. 웅진지식하우스ㆍ380쪽ㆍ1만5,000원.
김지원기자 eddie@hk.co.kr
세상을 만든 여행자들 / 한종수 지음
견문을 넓히고자 하는 이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독서와 여행이다.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이 책의 저자도 대학시절 읽은 책과 직장생활을 하며 다닌 여행을 바탕으로 이 책을 썼다.
‘사기’의 저자인 역사가 사마천, 지금의 기독교를 있게 한 사도 바오로, 베트남의 혁명가 호찌민과 남아메리카의 혁명 영웅 체 게바라. 이 책은 서로 전혀 다른 시공간을 살았던 이들의 삶을 독서와 여행이라는 돋보기로 들여다본다. 저자는 “네 사람 모두 맹렬한 독서광이었고, 독서로 얻은 지식을 인간에 대한 사랑으로 승화시켰다”며 “그 매개는 여행”이라고 말한다.
각 인물들의 생애를 네 시기로 구분해 여행에 따른 족적과 고생 정도, 방랑벽, 죽음 등을 추적했다. 책을 읽는 동안에는 마치 전기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지만 책장을 덮고 나면 그들의 삶 자체가 주는 여운과 함께 여행의 참된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그들이 여행을 떠나지 않았다면 업적도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아이필드ㆍ504쪽ㆍ2만3,000원.
김경준기자 ultrakj75@hk.co.kr
바나나 / 댄 쾨펠 지음
아담과 이브가 따먹은 선악과는 사과가 아니라 바나나다? 르네상스 화가들이 성경을 오독한 탓에 성서화에 사과를 그려 넣었지만, 중동의 토양과 기후를 볼 때 선악과는 바나나였을 것이라는 추론에서 이 책은 시작된다. 그리고 밀, 쌀, 옥수수 다음으로 많이 생산되는 작물인 바나나가 인간의 역사, 특히 현대의 지정학적 상황과 얼마나 밀접히 연관돼 있는지를 파헤쳐 나간다.
영화 시나리오를 쓰기도 한 저널리스트의 글이라 흐름에 긴박감이 있다. 신화, 역사, 정치, 경제, 과학, 문화를 종횡무진 넘나드는데도 피로하지 않다. 저자는 중남미에서 일어난 대학살과 인권 탄압, 열대우림의 파괴 등이 거대 바나나 자본의 탐욕으로 인한 재앙이었다는 사실을 고발한다. 세계의 모든 바나나는 유전적으로는 단일 품종 ‘캐번디시’인데 이 말은 질병에 취약하다는 뜻도 갖고 있다. 저자는 동남아를 중심으로 퍼지는 파나마병으로 인해 머잖아 바나나를 구경할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고 경고한다. 김세진 옮김. 이마고. 356쪽. 1만5,000원.
유상호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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