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이야기' 연재 횟수가 230회를 넘어갔다. 오래 연재하다 보니 독자라는 인연을 만난다. 함께 근무한 언론계 H선배는 직접 전화를 걸어 후배의 무지를 날카롭게 지적했다. 지난 7월 5일자 '새로운 문화공간의 꿈'에서 서울지하철 개통을 '1978년인가' 라고 얼버무렸는데, 1974년 8월 15일이라고 정확하게 잡아주었다.
당시 영부인이었던 육영수 여사가 저격 당한 날과 같아서 분명하게 기억하고 있다고 했다. 늦었지만 그 부분에 대해 독자들께 정중히 사과 드린다. H선배는 고래 이야기가 너무 자주 나오는 것도 식상하다고 했다. 그 이후 고래 이야기를 자제하고 있다. H선배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읽는 애독자로서의 조언이라고 했다.
부산 모 교도소에 수감된 생면부지의 S씨도 애독자다. 연재를 읽고 매주 한 통씩의 편지를 보내준다. 지난 30일 대법원 선고공판이 있다고 했는데 그의 다음 편지가 기다려진다. 내가 그의 편지 애독자가 되어버린 것이다.
미국 샌디에이고에 사는, 한국일보 미주판 독자인 클라라 박 씨는 한가위에 잠시 귀국해 연재에 자주 등장하는 시골마을 '은현리'를 직접 찾아왔다. 가을 들판을 함께 걸으며 오누이처럼 지내자고 약속했다. 그 외에도 크고 작은 인연이 많았다. 인연은 소통의 다른 말일 것이다. 쓰고, 읽는 사이가 아니라 살아있는 소통이 있다는 것, 내게 큰 선물이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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