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 요즘 읽는 책은?
"리처드 도킨스의 <지상 최대의 쇼> ." 지상>
_ 왜 이 책을?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 직업이고 특히 40대 중반을 넘어서니 어쩐지 '콩 심은 데 콩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 말이 다시 들려요. 재능 있는 배우들, 인성이 뛰어난 배우들을 만나다 보면 유전자와 환경, 재능, 인성 같은 것들이 어떤 관계가 있는지 많이 생각하게도 되고요. 올해 봄 인간의 사악함을 유전학적으로 해석한 바버라 오클리의 <나쁜 유전자> 라는 책을 읽고 공감했는데 도킨스를 읽고 나니 어찌나 설득력이 있던지요." 나쁜>
_ 이 책의 좋은 점은?
"다윈 진화론에 반대하는 이들을 반박하는데 전세계의 동물, 곤충화석 이런 것에 드러나 있는 증거를 토대로 '도저히 진화가 아니고는 불가능했다'는 주장을 폅니다. 그 논지가 흥미롭고 명쾌해 책을 읽다가 저절로 '어?, 어!' 하고 몇번이나 무릎을 쳤습니다. 도킨스는 이 책에서 탁월한 이야기꾼으로서의 능력도 유감없이 과시합니다. 그는 빨간 것을 빨갛다고 할 때도 표현이 남다르고 예술적인 것 같아요. 이 책은 스토리가 전혀 없지만 쉬지 않고 읽을 수 있어요. 도킨스의 박학다식과 천재성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_ 인상적인 대목은?
"빼어나게 아름다운 털을 자랑했던 시베리아 야생여우 이야기예요. 사람들이 그 털을 얻으려고 이 여우들을 사육하는데 몇 번 교배하고 나니 도저히 쓸 수 없는 털 색깔이 나온 거죠. 환경에 따라 진화가 어떤 변이를 하는가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하지만 저는 여기서 한 인간이 완성되는 일이 얼마나 복합적인가를 생각했습니다. 타고난 유전자도 중요하지만 인성의 형성에 환경과 상황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지요."
_ 추천한다면?
"학생들, 특히 인문계 학생들은 생물, 진화 이런 쪽으로 굉장히 미흡한 것 같습니다. 자칫 뜬구름 잡는 식이 될 수 있는 학교수업보다 이 책을 한번 읽는 편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먹고 사느라 책 읽기도 힘들다지만 일반인들도 교양으로 이 정도는 알았으면 하고요."
<지상 최대의 쇼> 는 영국의 세계적 진화심리학자인 리처드 도킨스의 진화론 입문서. 다양한 동식물 화석 증거를 통해 진화가 실재했던 사실임을 증명한다. '지상 최대의 쇼'는 곧 진화를 뜻한다. 김영사(2009)ㆍ624쪽ㆍ2만5,000원. 지상>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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