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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그건 합병이었다"… 허물지 못한 동 서 장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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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그건 합병이었다"… 허물지 못한 동 서 장벽

입력
2010.10.01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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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일요일 오후면 함부르크(옛 서독)의 중앙역으로 샐러리맨을 빽빽이 태운 열차가 들어온다. 옛 서독 지역에서 주 5일제 정규 직장을 가지게 된 것을 다행스럽게 여기는 옛 동독 지역의 노동자들이다. 이런 장거리 통근열차 풍경은 옛 동독 각지의 주민들에게는 이제 익숙하다. 월요일부터 금요일 오후까지 서쪽에서 일하고 다시 돌아오는 식이다. 동쪽에는 그럴싸한 직장이 거의 사라진 탓이다. 독일 DPA통신은 독일 통일 공식 선언 20주년(10월 3일)을 앞두고 최근 송고한 특집 기사 첫 머리에서 이런 어두운 동쪽 풍경을 전했다.

독일은 통일 이후 유럽 내 정치 지형에서 상당한 입지를 다지는 등 소기의 성과를 이뤘다. 그럼에도 일부 동쪽 주민들에게 통일은 아직 진행형이라고 뉴욕타임스(NYT)는 1일 보도했다. 완전한 통합을 가로막는 건 ‘보이지 않는 베를린 장벽’이다.

지난달 옛 동독 지역의 실업률은 옛 서독 지역(6.6%)의 거의 두 배에 달하는 11.5%였다. 그나마 1997년 17.9%까지 상승했던 것에 비하면 많이 나아진 것이다. 동쪽의 우수 인력들이 서쪽으로 빠져나가는 바람에 동쪽 인구는 90년 1,600만명에서 올해 1,300만명으로 줄었다. DPA통신은 정부 분석을 인용해 2030년 1,100만명, 2060년에는 820만명으로 옛 동독 인구가 급전직하할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 22일 발표된 독일 정부의 연례 통일과정 보고서에 따르면 통일 이후 약 270만명이 옛 동독 지역을 떠난 반면 이 지역으로 이주한 사람은 180만명에 불과했다. 동쪽의 작은 마을들에서는 수리비 때문에 방치된 산업 자산들이 을씨년스러운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다. 버려진 땅에 늑대들이 돌아오고 있다는, 마냥 반갑지는 않은 소식도 들린다. 독일이 그나마 통일 이후 지금까지 낙후한 동쪽 산업을 일으키기 위해 1조3,000억 유로 이상을 쏟아 부은 결과가 이 정도다. 동쪽의 평균 임금은 서쪽의 80%에 그치고, 동쪽 가구의 평균 자산은 서쪽보다 40% 가량 적다.

독일 내 인식차도 극복해야 할 걸림돌이다. 베를린 사회과학연구소의 최근 조사 결과 서쪽 주민 절반은 동쪽 주민들이 통일 이후 더 잘 살게 됐다고 생각한 반면 동쪽 주민 4분의 3은 이에 동의하지 않았다. NYT는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동쪽 주민들은 통일만 되면 곧 서쪽처럼 될 줄 알았다. 지금 이들이 통일을 축하하지 못하고 실망감을 나타내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옛 동독 지역의 한 관리는 “그건 통일이 아니라 합병이었다”고 NYT에 말했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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