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한 해질녘, 얼룩무늬 군복을 입은 군인들이 벽으로 둘러싸인 건물로 살금살금 다가갔다. M-16 소총을 발사해 경비병을 쓰러뜨리고 진군하자 적군이 반격을 해온다. 선발대가 교전을 일으켜 적군의 눈을 돌리는데 성공하자, 뒷문을 통해 진짜 공격이 시작됐다. 교전은 수분만에 끝났고,적군의 본부는 함락됐다.
지난 8월 자칭‘오하이오 방위군’이라는 미국의 한 민병대가 실시한 모의군사작전의 장면이다. 이슬람 테러리스트의 본부를 함락하는 훈련이었다. 미 시사주간지 타임은 최신판(10월 4일자) 표지기사로 미국에서 활개를 치고있는 자생 극우 민병대의 실태를 보도했다. 오하이오 방위군은 ‘2014년 미국에서 네오-이슬람 테러리즘이 만연할 것이다. 현재 백악관은 이슬람 친화적이며, 이슬람 단체들과 대항할 생각이 없다. (우리가) 테러리스트의 본부를 파괴해야 한다’는 지침을 가지고 있다. 이 민병대 소속군은 300여명 이다. 그들은 “게임으로 훈련하지 않는다”고 진지함을 강조했다. 한해 훈련으로 탄환 수천 개 이상을 소비한다. 또 대원이 붙잡히더라도 소속을 알 수 없도록 휘장, 신원 표시를 하지 않는다.
타임은 1990년대 줄어가던 극우 민병대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당선 이후 급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흑인이자 외국인의 이름과 무슬림 아버지를 둔 오바마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불만이 반영된 것. 이들은 하나같이 자신들을 ‘애국주의자’로 칭한다. 이들의 폭력성이 증가하자 미 FBI(연방수사국)과 DHS(국토안보부)은 소위 국가를 방어한다는 극단주의 민병대와 극우 반정부주의자들의 도발을 경고하고 있다.
이들은 사법부도 믿지 않으며 직접 체포, 재판을 진행하려는 곳도 있다. 지난 4월 ‘미국의 대배심’이라는 민병대 소속 한 전 해병은 오바마를 반역 혐의로 고발한 재판이 기각되자 법정에 쳐들어가 배심원들을 체포하려고 했다. 조지아에서도 한 민병대원이 “지방법원을 접수하겠다”고 공언했다가 체포됐다.
미 전역의 극우 민병대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지난 4월 뉴스위크가 한 단체의 자료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2008년 149개였던 증오단체는 지난해 512개로 늘었으며 이중 무장 민병대는 127개였다고 한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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