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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경제는] 환율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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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경제는] 환율 전쟁

입력
2010.10.01 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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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제경제에 ‘전쟁’이란 용어가 자주 등장한다. 참전 당사국은 미국과 중국이고, 유탄을 맞은 일본도 선전포고를 날렸다. 여기에 브라질 등 신흥시장국도 전쟁에 뛰어들 기세여서 총성 없는 세계대전으로 확산될 움직임도 있다.

전쟁의 목적은 영토점령이 아닌 자국 통화가치를 낮게 유지하는 것. 이를 통해 수출을 증대시켜 지지부진한 경제를 회복시키자는 것이다.

전쟁의 서막은 해묵은 미국과 중국간의 위안화 절상 논쟁이었다. 미국은 글로벌 경제위기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나치게 낮은 위안화 가치를 지목해왔다. 과도하게 낮은 위안화 가치로 인해 중국은 무역수지 흑자가, 미국은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글로벌 불균형이 지속되었고 중국은 벌어들인 엄청난 달러를 이용해 미국 국채를 사들였다. 이는 미국의 금리하락과 부동산가격 거품으로 이어져 최악의 미국발(發) 금융위기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반면 중국은 미국의 저금리가 연준의 통화정책 잘못에 의해 발생한 것이지 중국은 책임이 없다고 반박한다.

이 다툼의 와중에서, 그나마 안정적인 일본으로 돈이 몰렸고 엔화가 급등했다. 유탄을 맞은 일본은 지난 9월15일, 6년반 만에 외환시장에 개입했다. 2009년 말 달러당 92엔을 기록하던 엔화가 급격히 절상되면서 달러당 80엔대 초반까지 급락한 데 따른 대응이다. 일본의 시장개입은 인위적 환율조정을 금지하기로 한 G20 합의를 무시한 처사라는 비판을 받기도 하였다.

일부에서는 신흥시장국까지 환율전쟁에 뛰어들 것이라고 전망한다. 최근 브라질 재무장관은 필요할 경우 자국통화가치 상승 억제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신흥시장국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성장률과 달러화 약세라는 기조적 흐름으로 자국 통화가치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수출의존적인 이들 나라의 입장에서 시장개입은 뿌리치기 어려운 유혹일지 모른다.

하지만 작금의 환율 전쟁은 세계대전이라기보다는 미국과 중국 두 나라간 전쟁이라고 보아야 한다. 일본의 외환시장개입은 달러당 80엔대라는 마지노선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실행된 측면이 크며 다른 나라들도 그렇게 이해하는 듯하다. 2009년 기준으로 미국의 무역수지적자에서 일본의 비중은 9% 밖에 되지 않아 미국도 노골적으로 일본의 시장개입에 반대하지는 않고 있다. 또 소규모 개방경제인 신흥시장국들은 외환시장에 개입하더라도 환율 방향을 돌리는 데는 한계가 있음을 잘 알고 있다. 그들은 과거 2003~2004년 일본이 무려 35조엔을 시장개입에 쏟아 붓고도 효과를 거두지 못했던 사실을 기억하고 있다. 일본과 신흥시장국은 환율전쟁에서 조연에 불과한 셈이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의 환율논쟁은 다르다. 2009년 기준으로 중국은 미국 무역수지적자의 약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반대로 중국 무역수지흑자의 73%가 미국의 덕이다. 이러한 불균형해소를 위해 미국은 과거 ‘플라자 합의’때와 같이 위안화가 대폭 절상되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중국은 소극적이다. 미국은 점점 더 강공드라이브를 펼치고 있다. 미 하원은 통화가치를 인위적으로 낮추는 국가의 상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법안을 압도적 표차로 가결시켰다. 나아가 미국은 중간선거를 앞두고 위안화 절상문제를 11월초 G20회의에서 주요이슈로 논의할 태세다. 반면 중국은 자국의 내수기반이 취약한 상황에서 위안화를 급격히 절상할 경우 과거 일본식 장기불황의 전철을 밟을까 봐 두려워하고 있다.

환율전쟁은 이미 느슨해지기 시작한 글로벌 공조체제를 더욱 약화시킬 수 있다. 한국에서 개최될 G20회의에서 환율문제가 주요 이슈로 부상한다 하더라도 각국의 복잡한 이해관계에 비추어 볼 때, 특히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 양상을 고려할 때 모든 나라가 만족할만한 결론을 이끌어내기란 지극히 어려울지 모른다. 그렇게 되면 서울의 G20 정상회의는 별다른 성과 없이 강대국의 이해관계가 부딪히는 전쟁터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노진영 한국은행 해외조사실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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