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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김정은 얼굴 첫 공개/ '2인자' 보란 듯… 본격 대외행보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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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김정은 얼굴 첫 공개/ '2인자' 보란 듯… 본격 대외행보 예고

입력
2010.09.30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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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절의 김일성을 보는 것 같다.”

30일 김정은의 실물을 접한 대북 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평이다. 외모만 보면 갖은 질병에 시달려 쇠약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대체할 지도자로서 손색이 없다. 족히 80kg은 넘을 것 같은, 건장한 풍채와 옆 머리를 짧게 깎아 올린 헤어 스타일에서 자신감이 배어난다. 28일 열린 조선노동당 3차 대표자회에 참석한 그는 박수를 치며 시종일관 적극적으로 회의에 임하는 모습이었다.

후계자 행보를 위한 자체 기반은 충분히 마련됐다. 인민군 대장과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라는 타이틀을 달아 ‘선군 정치’ 계승자라는 정통성을 공고히 했고, 친족과 측근 군 간부를 주축으로 자신의 뒤를 봐줄 친위 세력도 든든히 구축했다.

김정은은 김일성 주석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기념궁전에 입성함으로써 ‘혁명 혈통’을 잇는 후계자로서의 첫 공식 활동을 시작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노동신문 1면에 북한의 모든 권력 실세들과 함께 찍은 사진이 게재된 것은 김정은이 앞으로 대외 노출 빈도를 높이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심상치 않은 김 위원장의 건강 상태가 후계자 공개를 앞당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 조선중앙TV가 이날 방영한 당 대표자회 영상에서 김 위원장의 오른쪽 뺨에 직경 10㎝의 검은색 반점이 생긴 모습이 포착됐다. 김 위원장의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것은 분명해 보인다.

권력 세습의 출발점은 당 중앙군사위를 매개로 한 ‘군권 장악’이다. 북한은 3차 당 대표자회를 통해 김정은 이외의 특정 인물에게 힘이 쏠릴 수 있는 고리를 원천 차단했다. 중앙군사위 위상을 대폭 높였지만, 군부 실권을 틀어 쥔 오극렬 국방위 부위원장은 이번 인사에서 철저히 배제됐다. 군(국방위 부위원장), 사법ㆍ공안(당 행정부장) 분야에서 두루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후견인 장성택도 정치국 후보위원에 머물게 해 월권 가능성을 막았다.

김정은은 김 위원장이 맡고 있는 당 중앙군사위 위원장 자리를 넘겨 받는 시점에서 군 지배권 확립에 마침표를 찍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민 행보에도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이 많다. 대북 소식통은 “당장 내달 10일 치러질 노동당 창건 65주년 기념일 행사에서 김정은이 직접 연설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사상 최대의 열병식을 준비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만큼 김정은의 얼굴을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사진 속에서 김정은만 유독 인민복을 입고 있는 것도 ‘인민의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심으려는 제스처”라고 해석했다.

이날 평양을 떠난 노동당 대표단의 행선지가 중국이라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강성대국 원년인 2012년에 김정은이 공식 후계자로 등극하려면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 중국측으로부터 김정은 체제를 승인 받고 경제적 지원을 얻어내는 일이 급하다는 얘기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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