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침 땅굴을 탐사해 온 민간인들이 경기 파주시 탄현면에서 직접 땅굴 확인 작업에 착수했다. 만약 지하에서 동공이라도 발견된다면 다시 한 번 땅굴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30일 오전 11시께 자유로 북쪽 방향으로 낙하IC를 조금 못 간 탄현면 문지리. 아쿠아랜드 입구 쪽 평지에서 굴착기 두 대가 일렬로 서서 비스듬하게 땅을 파고 있었다. 자유로와 나란한 임진강 너머는 북한 땅이기 때문에 직선거리로 북한과 2㎞ 정도 떨어진 곳이다. 파내려 간 깊이는 약 8㎙였고, 밑에서는 지하수가 솟았다. 지상에 설치된 자동펌프가 지하수를 계속 뽑아 올리는 가운데 이런 광경을 두 서너 명이 지켜보고 있었다. 이들은 남침땅굴민간대책위원회 회원들로 10여년 전부터 이 지역에서 이상징후를 포착했다고 주장한 인물들이다.
대책위에 따르면 탄현면에서 땅굴 징후는 1992년 당시 한 현직 군인의 제보로 처음 알려졌다. 이후 95년 9월에는 아쿠아랜드 주차장 뒤쪽 야산 일부가 아무런 이유 없이 주저앉는 일이 벌어졌다. 대책위는 자비를 들여 일대에 대한 지하 물리탐사를 두 차례 진행했고, 올해 4월말 한 엔지니어링회사가 실시한 조사에서 지하 10㎙ 정도가 이상하다는 결과를 얻었다. 대책위는 이 지역이 변성암 지대라 자연적으로 동공이 생길 수 없다는 판단 아래 지난 추석연휴기간 시추작업을 벌였고, 시추구멍을 통해 내시경 탐사까지 마쳤다. 대책위는 이날 오후 지하 암반층에 도달, 이르면 하루 이틀 안으로 땅굴 존재 유무를 확인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앞서 이들은 2000년 1월 경기 연천군 백학면 구미리에서도 남침 땅굴을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군은 자체 조사를 통해 자연동굴이라고 밝혔지만 대책위가 받아들이지 않으며 한동안 논란을 빚었다. 이후 수 차례 소송 끝에 서울중앙지법이 2006년 4월 “국가가 이씨 입회 아래 절개하라”고 강제조정 결정을 내렸어도 해당 지역이 군사시설보호구역이라 아직까지 절개는 이뤄지지 않았다. 대책위는 구미리와 마찬가지로 탄현면 이상징후에 대해서도 군에 수 차례 확인을 요청했지만 군은 “땅굴은 없다”고 존재 가능성을 일축해왔다. 이창근 대책위 대표는 “여러 징후로 미뤄 땅굴이 있을 가능성은 충분하다”며 “만약 발견한다면 군에 이양하겠다”고 밝혔다.
파주=글·사진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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