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보험업계가 ‘사고율 미스터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보험금 지급의 근본 원인이 되는 사고율은 해마다 치솟고 있지만 명확한 원인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인을 알 수 없으니 해결책도 찾기 어려운 상황. 전문가들은 국가 차원의 조사와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사고율, 15년새 3배나 껑충
자동차보험 사고율이란 보험가입 차량 가운데 사고를 내 보험처리를 받은 차량 비율을 뜻한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1996년 12.8%에 그쳤던 사고율이 해마다 1~2%포인트씩 증가해 올 4~6월에는 31.7%까지 상승했다. 15년 전에는 보험가입 차량 100대 중 13대만 사고를 냈으나, 이제는 32대가 사고를 친다는 얘기. 보험개발원 나해인 자동차보험본부장은 “올 7~9월에는 사고율이 더욱 높아졌을 것”이라며 “우리나라 사고율은 단연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다.
사고율 증가는 자동차보험료 인상 요인으로 거론되는 보험사의 손해율(수입 보험료 대비 지급 보험금 비율) 상승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예전보다 사고가 많이 나고 보험사기 등으로 새는 보험금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인데, 올해 9월 손해율은 역대 최고인 90% 중반대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대인 사고보다 대물사고 증가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사고시 다른 차량의 손해를 보상하는 대물사고 건수는 2007년 206만건에서 지난해 240만건으로 부쩍 늘었다. 건당 보험금도 같은 기간 85만8,000원에서 92만3,000원으로 뛰었다. 운전자들이 고가의 대물사고를 갈수록 많이 낸다는 뜻이다.
제각각 원인 분석
사고율이 급등한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단편적 추정만 제시할 뿐, 명쾌한 해석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손보협회 관계자는 “갈수록 차량 운행량이 많아지고 경찰 단속이 줄면서 운전자의 해전의식이 해이해진 탓”이라며 “교통법규를 지키면 바보 취급을 받는 한국 특유의 운전문화도 한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운전하면서 DMB를 보는 경우가 많고 몇해 전부터 도로 위의 가짜 감시카메라가 대거 철거되면서 과속ㆍ난폭운전 경향이 심해진 것이 원인인 것 같다”고 추정했다.
반면 보험개발원은 당국의 빈번한 사면과 나빠진 경제상황에서 원인을 찾는다. 개발원 관계자는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교통 관련 법규위반자 사면이 사고율을 높이는 요소”라며 “최근 경기가 악화하면서 사소한 사고에는 보험금 청구를 않던 사람도 보험 처리를 하는 경향도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올들어 보험처리를 해도 보험료가 할증되지 않는 금액 기준이 200만원까지 높아지면서 장기 무사고 운전자들마저 보험처리를 꺼리지 않는 것도 사고율 증가의 한 원인”이라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2000년 3,000여개 수준이던 자동차 정비업체가 2008년 4,700개까지 늘어난 것도 보험처리를 건수를 늘리는 구조적 원인으로 지적됐다.
시급한 국가차원의 객관적 조사
하지만 이런 해석은 결과와 정황을 연결시킨 사후적 분석일 뿐, 사태해결을 위한 대책 마련에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다. 전문가들은 그래서 면밀한 원인분석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사고율이 늘어난 진짜 이유를 파악하려면 누가, 어느 지역에서 어떤 유형의 사고를 내는지 밝혀내야 하는데 국내에는 이해관계 집단의 무관심과 비협조로 이런 기초 자료조차 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금융당국이 올해 초 이런 시도를 했으나 경찰에서 관련 자료를 넘겨받는 데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다른 관계자는 “사고율 급증의 원인은 매우 복합적이어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피해를 보는 집단으로부터 강한 저항이 불가피하다”며 “국가 차원의 조사가 이뤄져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장택영 수석연구원도 “현재 사고율 통계는 경찰의 행정처리나 보험사의 보험금 관리 차원 목적에 그치고 있다”며 “사망사고는 물론이고 웬만한 대인사고까지 경찰에 의무적으로 신고하도록 제도를 고쳐야만 공신력 있는 통계자료를 확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