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 이하 여자 축구 대표팀이 월드컵에서 우승했다. 한국 여성의 파워를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골프의 박세리, 신지애 선수, 피겨스케이팅의 김연아 선수, 역도의 장미란 선수, '우생순'으로 유명한 여자 핸드볼 대표팀들도 머리에 떠올랐다.
국가 경쟁력 높이는 지름길
스포츠 분야에서 이렇게 잘 하는데, 다른 분야에서도 한국의 여성들이 지금보다 더 많이 활약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면 우리나라 국가경쟁력이 엄청 높아질 것 같다. 그런데 대부분의 기업에서는 아직도 여성이 핵심인재로 인정 받지 못하고 있다. 여성 대졸자는 남성보다 취직하기 어렵다. 그나마 취직한 여성 인재들도 위로 올라갈수록 그 수가 급격하게 줄어든다.
지금 한국의 여성들은 남성에 비해 전혀 능력이 뒤지지 않는다. 대학에서 여학생의 비율은 남학생과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다. 또한 과거 남학생들이 다수를 차지하던 법대, 상대, 공대 등에서도 여학생의 비율이 매우 높다. 어떤 학부모들은 아들이 남녀공학 고등학교에 들어가는 것을 피하고 싶어한다는 말도 들었다. 여학생들이 공부를 더 잘하기 때문에 내신평가에서 불리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데도 여성들을 적극 활용하지 못한다면 우리 기업은 국가인재의 절반만 쓰는 꼴이 된다.
어떤 기업들은 여사원들이 스스로 퇴직을 하는데 무슨 수로 잡을 수 있겠는가 라고 말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그것은 여성의 책임이 아니다. 여성 인재들이 계속 근무할 수 없는 환경을 만들어 놓고 그들을 어떻게 탓할 수 있겠는가?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없는 환경에서 여성에게 어느 것 하나를 선택하라고 강요하면 안 된다. 설사 많은 여성들이 가정 대신 일을 선택한다 해도 문제다. 여성들이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므로 국가적으로도 심각한 문제가 된다.
우리 기업들이 '여성 프렌들리'한 조직문화와 근무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첫째, 무엇보다도 장시간의 근로 관행을 탈피하는 것이 중요하다. 상시적인 야간근무, 휴일근무가 꼭 필요한지 따지고 또 따져 볼 일이다. 둘째, 여성들이 근무시간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 단시간 근로 선택, 출퇴근시간 조절 등 다양한 형태의 유연근무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셋째, 육아와 일을 병행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재택근무를 통해 회사 일을 놓지만 않을 수 있다면, 여성 인재들이 사내경쟁에서 뒤처지는 것을 우려해 육아휴직을 기피하는 경우가 많이 줄어들 것이다. 지금은 스마트폰 시대이고 이러한 테크놀로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방법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고 본다.
넷째, 여성들과의 원활한 소통과 화합을 위한 조직문화를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다. 남성위주의 조직문화만을 고집해서는 안 된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말이 있듯이 남성과 여성의 차이를 인정할 때, 비로소 조직의 융화를 기대할 수 있다.
일ㆍ가사 병행할 근무환경을
정부도 기업을 도울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성공 사례를 발굴하여 전파하는 일이다. 작업장의 유형에 따라 가장 적합한 모델을 제시해 줄 필요가 있다. 유연근무제 도입이 가능한 직무가 무엇인지, 새로운 근무환경의 도입을 위해서는 어떠한 인사관리 제도 변화가 따라 주어야 하는지, 왜 여성 프렌들리한 근무환경이 노사 모두에게 윈-윈의 해법이 될 수 있는지 등에 대해 알려주어야 한다. 그래야만 기업들이 자신의 작업장에 맞는 모델을 노사 합의로 도입할 수 있을 것이고, 새로운 모델이 성공적으로 정착될 수 있을 것이다.
여성인재 활용은 약자보호 차원에서 논의될 사항이 아니다. 우리 기업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전략적으로 추진해야 할 국가적 과제이다.
이종훈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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