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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문화정책이란 게 있기는 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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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문화정책이란 게 있기는 한가

입력
2010.09.30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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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황식 총리 후보자 청문회가 끝났다. 역시 숱한 의혹이 제기됐지만 그럭저럭 넘어가는 모양이다. 후속 개각도 있을 것이다. 아니 빨리 개각을 해야 한다. 8ㆍ8 개각이 벌써 두 달이 다 돼간다. 입각 후보자를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는 데야 이의가 있을 수 없지만, 이미 두 달 전에 교체가 확정됐던 몇몇 부처의 장관들은 후임 후보자들이 청문회 과정에서 사퇴하는 바람에 계속 장관 직을 수행하고 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그 중 한 명이다. 몇 달 전에 이미 최장수 문화부 장관 기록을 깼던 그는 후임 후보자가 낙마하는 바람에 연일 최장수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벌써 몇 차례 언론과 퇴임 인터뷰까지 한 유 장관, 그의 장관직 수명이 늘어난 것을 나무랄 수는 없다. 문제는 공직사회다. 장관 딸 특채 사건 일으킨 외교통상부까지 들먹일 것도 없다. 대한민국 공무원 조직을 생각할 때, 곧 물러날 장관이 어쩔 수 없이 출근하고 있는 그 부처 공무원들이 일을 제대로 하고 있을지 장관 지시나 제대로 먹힐지 의문이 드는 것이다.

지난 27일 영화진흥위원회 위원들은 조희문 위원장이 임직원 행동강령을 위반했다며 불신임을 논의한 뒤 위원장 임면권을 가진 문화부 장관에게 사실상 해임을 요구했다. 자신이 출연한 영화를 포함한 특정 독립영화들에 돈을 지원해 달라며 지난 5월 멀리 칸영화제까지 가서 독립영화제작지원사업 심사위원들에게 전화로 압력을 넣었다는 조희문 영진위원장. 전임 문화부 차관은 공개 언론 브리핑 자리에서 두어 차례 조 위원장의 자진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뿐, 조 위원장은 안팎의 사퇴 요구를 나 몰라라 하고 있고 문화부도 몇 개월째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영진위는 올해 예산이 440억원을 넘는 기관이다.

영화계에서는 "곧 물러날 장관이 제 손에 피 묻히려 하겠느냐"며 조 위원장의 버티기에 손 놓고 있는 문화부의 태도를 해석한다. 현 정부 출범 후 문화부가 해온 일을 보면 영진위 사태는 더욱 이해가 안 된다. 유 장관 취임 후 전 정권에서 임명됐던 여러 문화 기관의 장들이 줄줄이 쫓겨 나갔다. 김정헌 전 문화예술위원장, 김윤수 전 국립현대미술관장 등등. 대부분 좌파라는 딱지가 붙어서였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이들은 모두 해임 취소 혹은 무효 소송에서 승소했다. 지난 2년반여를 돌이켜보면 문화부와 관련됐던 중요 사안이라는 게 진취적인, 앞으로 나아가는 문화정책 내지는 사업보다는 인사를 둘러싼 잡음부터 떠오르는 것이다.

문화부 소관은 아니지만 국민들이 생각하는 문화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방송 분야는 또 어떤가. 지금 벌어지고 있는 지상파 재전송을 둘러싼 케이블 업계와 지상파 방송사들의 추잡한 싸움의 원인은 기본적으로 정책 부재 때문이다. 1,500만이 넘는 가구가 케이블TV로 지상파를 봐온 게 언제부터인데, 그것을 규율하는 법규도 존재하지 않는 것이 양측 사업자들이 몇백억원의 돈을 놓고 시청자들을 볼모로 싸우는 빌미가 되고 있는 것이다. 종합편성채널 사업자 선정 문제도 그렇다. 미디어법 파동 때는 종편을 곧 도입하지 않으면 한국이 세계 미디어시장의 미아가 될 것처럼 떠들더니, 얼마 전 발표한 기본계획을 보면 과연 예정대로 올해 안에 사업자 선정이 될 수 있을지 난망이다. 예비 사업자들 눈치 보느라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임기 내에는 선정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내년 예산안을 보면 문화부 예산이 정부 재정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1% 정도다. 그러나 돈이나 %로 따질 수 없는 가치가 문화라는 말 그 자체에 숨어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말로만 21세기 문화강국을 외치지 말고 좀 깊이있게 문화를 생각하고 붇돋워주는, 제대로 된 정책담당자와 정책을 보고 싶다.

하종오 문화부장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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